시대와 인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서양미술사를 접한다. 101인의 창조적 예술가를 중심으로 작품-시대적 과제-창의적 대응-개인 삶의 궤적-독창적 예술세계를 탐구한다. 작품을 인간의 자기 선언으로 보는 저자는, 다양한 잣대가 존재하는 미술사에서 각기 다른 예술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간상을 포착하고 새로운 미학 속에서 드러내는 풍경을 펼쳐준다. 소외되었던 러시아 작가 레핀•브루벨과, 여성 예술가 젠틸레스키•메리 커셋•수잔 발라동 등도 주요 흐름에서 바라본다. ‘새로고침’은 이처럼 인간의 순간들이 ‘확장된 인간’인 미술작품으로 엮어낸 서양미술사를 새로 쓰고, 동시에 미술사를 새로 고친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자신을 읽게 한다.
책소개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 그림과 함께 온전한 내가 될 때
『새로고침 서양미술사 1』이 르네상스부터 낭만주의까지의 그림들을 통해 낙원에서 쫓겨난 인간들이 사랑·돈·권력과 같은 욕망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다양한 양상에 주목했다면, 『새로고침 서양미술사 2』는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저마다의 고독을 품은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이야기를 다룬다.
근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은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으로 거듭났다. 이진숙 작가는 이 시기를 ‘개인’이 전면에 등장하며, 예술계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세우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던 시기로 본다. 특정 유파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나’로 서려 했던 화가들의 개성은 유례없는 문화사조의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새로고침 서양미술사 2』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양미술사가 어떻게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지형을 갖추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까지
- 예술의 기획자를 넘어 삶의 기획자로
『새로고침 서양미술사 2』는 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에 이르는 예술 사조를 중심으로, 세상에 발붙이지 못한 개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했던 고독과 불안을 34개의 인간 이야기로 풀어낸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 걸핏하면 남의 신혼집을 훔쳐보던 남자가 있다. 2만 8,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고 전후 노르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로 평가받지만 망가진 사랑과 전쟁이 중독시킨 불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갔던 사람. 바로 에드바르 뭉크의 이야기다. 그는 매일 지옥을 경험했겠지만, 그림으로 재현된 그의 아픔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고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에드바르 뭉크 편, 「별이 겨우 빛나는 밤」)
이런 삶도 있다. “벽의 벽지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악평을 들으며 화단에 들어섰지만 살아생전 화가로서 큰 영광을 누리며 긴 생을 살았던 노대가. 스스로 품은 질문에 집중해 20년 넘게 수없이 많은 수련을 화폭으로 남기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수련과 물의 경계조차 허물어트린 그림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 사람. 하나의 고정된 진리란 없음을 자신의 그림으로 제시한 화가 클로드 모네의 이야기다.(폴 세잔 편, 「사과 한 알을 제대로 알고 간다는 것」)
뭉크와 모네. 두 사람은 삶의 방식도 작품에 임하는 방식도 모두 달랐지만 ‘고독’이라고 부를 만한 숱한 장면 속에서 살았다.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다. 군중, 집단과 거리를 둔 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보려는 ‘자발적 자기격리’에 가깝다. 삶이 고독해 그림을 택한 것이 아니라, 캔버스 앞에 홀로 있을 때 온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고독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2권의 표지에 쓰인 그림은 말레비치의 〈나쁜 예감〉이다. 러시아의 전형적인 농민복 루바쉬카를 입고 한 사람이 뒷모습을 한 채 우뚝 서 있다. 그림을 보는 우리는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하지만 그가 확신이나 안정보다는, 불신이나 공허에 사로잡혀 있음을 분위기상 짐작한다. 이진숙은 작가는 본문에서 이 작품이 스탈린이 집권하던 때에 발표됐다는 시대적 정황을 짚으며, 획일적인 기준을 앞세우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익명의 억눌린 존재로 가치폄하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편,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으니」)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러한 순간에도 개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그때서야 비로소 개인은 자신이 놓인 좌표를 직시한 후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고 사회적 관행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실제로 말레비치와 함께 훗날 ‘추상미술’이라는 사조에 묶인 바실리 칸딘스키, 피트 몬드리안은 공통적으로 견딜 수 없는 현실과 스스로 단절하겠다는 선언을 내걸고 등장했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예술 행위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몬드리안은 현실에서 아름다움이 충분히 살아 숨 쉴 때는 더 이상 예술하는 이도, 예술을 필요로 하는 이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고 없이 각박해지고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으니, 어쩌면 우리는 예술 없이 살아갈 수 없음을 거듭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으로 만나보는 예술의전당 아카데미 인기 강좌
《새로고침 서양미술사》는 예술의전당 인문·감상 아카데미 정규 강좌 〈미술사를 바꾼 101인의 예술가〉의 강연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이진숙 작가의 강연은 지난 10년 동안 200명 이상의 대규모 강의실을 매회 전석 조기 매진시키며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의 독보적인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리즈는 강의에서 다룬 풍부한 내용을 정리해 6년에 걸친 집필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책은 미술사의 혁신을 이끌며 새로운 예술의 역사를 써 내려간 101인의 창조적인 예술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 시대적 과제, 창의적인 대응, 개인적인 삶의 궤적,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깊이 탐구한다. 예술의 본질과 그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명한다.
지은이 | 이진숙
평생 도서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며 영원히 학생으로 늙어가기를 꿈꾸는 미술 중독자.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를 여행하던 중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에 큰 감명을 받아 미술의 세계로 들어섰다. 러시아 국립인문대학 미술사학부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시대를 훔친 미술』 『위대한 미술책』 『러시아 미술사』 『롤리타는 없다 1·2』 등이 있다. 앞으로도 미술, 문학, 역사를 오가며 ‘인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현재 팟빵 오디오매거진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의 ‘상상미술관’ 코너에 고정 출연 중이며, 예술의전당 등에서 활발히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 미술관에서 만난 101가지 인간 이야기
두 번째 책을 시작하며
I. 현대 생활의 영웅주의 - 라파엘전파, 바르비종파, 리얼리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34/101 존 에버렛 밀레이, 포드 매덕스 브라운 – 진실은 좋지만 궁상은 싫다
35/101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윌리엄 모리스 – 천국처럼 나른하게 지옥처럼 뜨겁게
36/101 장프랑수아 밀레 – 영원한 인간을 찾아서
37/101 귀스타브 쿠르베 – 쾌락적 세속주의로의 대전환
38/101 에두아르 마네 – 당신은 아무와도 닮지 않았어요
39/101 에드가 드가 – 만성적 권태의 대가
40/101 클로드 모네 – 사랑하는 사람은 움직인다
41/101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 더 풍성한 사회적 꽃다발을 꿈꾸며
42/101 메리 커샛 – 극장에서 그녀를 보았다
43/101 제임스 휘슬러 – 댄디, 우아함이 직업인 사람
44/101 조르주 쇠라 – 공원, 실험실이 되다
45/101 일리야 레핀 – 내가 내 아들을 죽였다
II. 세기말, 아름다움과 고통에 물드는 시간 – 후기인상주의, 아르누보
46/101 폴 세잔 – 사과 한 알을 제대로 알고 간다는 것
47/101 폴 고갱 – 너 자신에 대한 애착을 잘라라
48/101 빈센트 반 고흐 –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
49/101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다
50/101 수잔 발라동 – 사랑이 죄라면, 모두의 죄
51/101 오귀스트 로댕 – 숱한 운명을 탕진한 사람
52/101 구스타프 클림트 – 죽이는 여자를 사랑하는 이유
53/101 에곤 실레 – 두 번의 포옹, 두 번의 실패
54/101 알폰스 무하 – 팜파탈이 되는 아주 쉬운 방법
55/101 미하일 브루벨 – 악마도 상처 입은 시대
III. 망치를 든 예술가들 - 나이브 아트, 야수주의, 입체주의, 에콜 드 파리, 미래주의, 표현주의, 추상미술
56/101 에드바르 뭉크 - 별이 겨우 빛나는 밤
57/101 파울라 모더존베커 - 여자의 모습을 한 인간
58/101 앙리 루소 - 소박해서 위대하고, 소박해서 위험하고
59/101 앙리 마티스 - 생의 약동, 춤추는 사람들
60/101 파블로 피카소 - 그 여자 그 남자, 알다가도 모를 이야기
61/101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텅 빈 눈, 가득 찬 슬픔
62/101 움베르토 보초니, 자코모 발라 - 불, 증오 그리고 속도를 먹고 자랐기 때문에
63/101 에른스트 키르히너, 오토딕스 - 환상 사지통은 환상이 아니다
64/101 케테 콜비츠 - 함께 고통하는 마음
65/101 카지미르 말레비치 -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으니
66/101 바실리 칸딘스키 - 음악과 함께
67/101 피트 몬드리안 - 언젠가는 예술 없이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참고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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