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회화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성곡미술관 2025 오픈콜》은 한국의 세 젊은 작가가 회화를 기본 매체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달〉 The Moon, 2025,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3분 38초 ⓒ 양미란 Miran Yang
프랑크 프루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양미란 작가는 빛과 어둠의 대비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같은 이분법적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초기 작업(2016~2024)은 애니미즘, 이원론, 인간 심리 등 정신적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의 작업은 물질성과 비인간적 존재의 감응성을 탐구하는 신(新)애니미즘적 관점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회화와 영상에서는 시간과 개념이 서로 극단에서 대비되면서도 하나의 화면에 공존한다. 작가의 호흡이 묻어난 붓 터치, 색조의 절제, 공간의 여백은 작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사유를 담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영혼의 거처이자 생명의 발현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 인식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영상 매체를 결합해 영혼과 물질, 감각과 시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작업 과정 자체를 작품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정지된 이미지와 시간의 흐름, 빛과 공간, 내면과 외부 세계가 교차하는 다층적 감각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