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뒤흔드는 시선, ‘모나 하툼’ 화이트 큐브 서울서 첫 개인전 개최
-3월 6일부터 4월 12일까지, 20여점의 대표작 및 신작 공개-
해외 무대를 배경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아티스트 모나 하툼(Mona Hatoum, 1952년 출생)의 한국 첫 개인전이 오는 3월 6일부터 4월 12일까지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관습과 통념을 과감히 깨 온 작가의 1999년부터 최근의 예술적 탐구를 조명하며, 대표작과 신작을 포함한 주요 작품 20여 점을 공개한다.
Installation Images_Mona Hatoum_WC Seoul_2025
모나 하툼은 장소 특정적 설치미술, 조각, 비디오, 사진, 드로잉 등 폭넓은 매체를 활용해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활동 초기인 1980년대에는 인간의 신체를 탐구하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을 선보였으며, 1990년대 초부터는 관람자의 감각을 뒤흔드는 조각과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모나 하툼의 작업은 익숙한 사물을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의자, 유아용 침대, 주방 도구 같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오브제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예상치 못한 긴장감과 모순을 내포하는 형태로 재탄생한다. 작가는 단순한 사물의 변형을 넘어 관객이 매혹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감각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며, 작품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Installation Images_Mona Hatoum_WC Seoul_2025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조각, 설치, 드로잉 작업을 아우르며 작가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가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무제(휠체어 II>(Untitled (wheelchair II), 1999)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휠체어를 변형한 작업으로, 손잡이 대신 날카로운 톱날이 장착되어 있다. 보살핌의 상징인 휠체어는 위협적인 오브제로 탈바꿈되어, 보호와 위협이 공존하는 긴장을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의 신작 <분리>(Divide, 2025)는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칸막이 형태를 하고 있지만, 부드러운 패브릭 대신 금속 철조망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공간을 구획하고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사물이 차단과 경계의 상징으로 바뀌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Installation Images_Mona Hatoum_WC Seoul_2025
아랍어로 ‘불을 밝히는 등’을 의미하는 <미스바>(Misbah, 2006–7) 역시 주목할 만하다. 황동으로 제작된 이 조명에는 군인의 실루엣이 새겨져 있으며, 등이 회전함에 따라 벽에는 행군하는 병사들의 그림자가 투영된다. 빛과 움직임이 몽환적으로 어우러진 이 작업은 무한히 회전하는 등에 진격하는 병사들의 실루엣이 끝없이 투사되어 권력과 갈등의 구조를 암시하는 동시에 시적이며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최근작인 <정물(의약품 캐비닛) VI> (Still Life (medical cabinet) VI, 2025)는 다채로운 색의 유리로 제작된 수제 수류탄을 진열한 작품이다. 의약품 캐비닛이라는 구조 안에 배치된 수류탄은 치유와 파괴, 보호와 위협이라는 모순된 요소를 한데 엮으며, 예상치 못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전시의 한편에서는 작가의 가장 초기 작품 시리즈인 머리카락을 모아 작품화한 <헤어 네크리스> 연작 의 최근작을 만나 볼 수 있다. 1995년 프랑스 보르도의 까르띠에 매장 쇼윈도를 장식한 바 있는 이 시리즈는 30여년이 지나 은빛으로 물들어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소개된다. <헤어 네크리스> (Hair Necklace (silver) , 2025)’는 귀금속을 연상시키는 제목을 통해 머리카락이라는 신체의 일부를 고급 주얼리로 승화 시켰다.
모나 하툼은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으로 팔레스타인 가정에 태어났다. 1975년 이후에는 런던에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1995년부터 화이트 큐브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화이트 큐브에서 여는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대표적으로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 런던의 테이트 모던, 베이징의 울렌스 현대미술센터 그리고 2017년 제10회 히로시마 예술상 수상을 기념하여 일본 히로시마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꼽을 수 있다. 2019년에는 일본의 권위 있는 프리미엄 임페리얼 상을 수상했다.
올해 예정된 주요 프로젝트로는 네덜란드 쿤스탈 카데(2025년 2월 1일–5월 4일)의 개인전, 영국 터너 컨템퍼러리의 ‘핫스팟’(Hot Spot) 전시(2월 7일–4월) 그리고 모나 하툼과 스위스의 전설적인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기획으로 런던 바비칸에서 개최될 ‘엔카운터: 자코메티’전(2025년 9월 4일 – 2026년 1월) 등이 있다. 또한 시칠리아 오라니에 위치한 니볼라 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2025년 10월 초에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