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pering of the clouds, 2024, acrylic, oil, oil pastel on canvas, 200 x 160 cm
■ “가라앉음”의 미학이 담긴 이유진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Positive Sinking》
이유진 작가의 두 번째 국내 개인전 《Positive Sinking》이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2025년 2월 13일부터 4월 7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2021년 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열린 첫 개인전 《Junction》은 인간과 자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내러티브 적 구성을 중심으로 그녀의 내면에 자리한 초현실적인 의식의 세계를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이유진 작가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으로 다양한 맥락 속에서 잠재의식을 통한 창의적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Positive Sinking》은 그녀의 재치와 초현실주의에 대한 현대적이고 개인적인 해석이 담겨 있다. 작가는 전시 제목부터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이 영어의 “Th”와 “S” 발음을 혼동하는 점에서 착안하여, 관람자가 《Positive Sinking》을 《Positive Thinking》으로 읽을 수도 있도록 했다. 이는 “Sinking (가라앉음)”과 “Thinking(생각)”간의 관계 떠올리면서 깊은 사색에 빠질 때 의식이 점점 고요해지는 느낌을 반영한다. 동시에, 그녀는 ‘가라앉음’을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내적 평화와 창의적 자유를 찾는 과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유진 작가는 독일에서 언어를 배우던 시기 ‘Unterbewusstsein(잠재의식)’이라는 단어를 접하며, 물 아래 잠긴 무의식과 잠재의식, 그리고 물 위로 드러난 의식을 동시에 자각하는 경험을 했다. 이는 그녀가 고요한 내면의 바닷 속으로 가라앉아 예술적 영감을 찾는 개념으로 이어졌으며, 2018 년 뮌헨 Tanja Pol Galerie 에서 열린 개인전 《Unter Bewusstsein》로 발전했다. “Unterbewusstsein”이라는 단어를 띄어쓰기에 따라 ‘잠재의식’이 ‘의식 아래로’라는 의미로 변화하듯,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확장하며 예술적 자유를 탐구하는 과정을 지속해 왔다.
“그림을 그리는 건, 마치 끝없는 물속에 홀로 있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진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깊은 물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캔버스와 한지 위에 그려진 오브제들은 그녀의 잠재의식 세계를 담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 ‘배경’이라는 개념을 통한 동서양 회화의 융합
이유진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녀의 석사과정을 지도한 군터 포그(Günther Förg)가 제안했던 주제인 ‘배경(Hintergrund)’이란 개념이다. 이 개념은 작품의 중심점이자, 동아시아 회화의 전통적인 철학인 “여백의 미”와 서양의 회화적 방법론을 결합하여, 배경 또한 의미를 지니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배경과 전경, 내부와 외부를 대비시켜 작품의 깊이감을 더하고 모호한 경계를 형성하며, 시각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또한 명암을 이용하여 대상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거나 잠재적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독특한 색채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화풍으로 인간을 비롯해 고양이, 부엉이, 까마귀와 같은 동물의 형상을 그려서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 이러한 모티프들은 불확정적인 공간에 배치되어 그림 전반에 모호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배경에는 “여백의 미”를 적용해 화면 속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중첩되도록 연출한다. 이를 통해 캔버스 속 내부와 외부, 형태와 배경의 위치를 반전시키며,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하는 초월적인 공간감을 형성해 관람자의 몰입과 사색을 유도한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창의적 자유와 맞닿아 있으며,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으로 잠수해 보이지 않는 감각을 탐색하도록 하고 있다.

The inbetween, 2024, acrylic, oil, oil pastel on canvas, 180 X 145 cm
■ 의식과 무의식이 공존하는 감각적인 경험
이번 《Positive Sinking》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유진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형태를 고정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형하며, 추상적 시각 언어를 통해 자아 정체성과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관람자가 자신만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개인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며, 무의식과 표면 의식이 공존하는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Positive Sinking》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며, 내면의 고요와 평온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는 이유진 작가만의 독창적인 초현실주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창의적 자유를
향한 탐색과 무의식의 깊이를 탐험하는 경험을 관람자에게 제안한다.
《Positive Sinking》은 2 월 13 일부터 서울 우손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 이유진 작가 소개
1980년 강릉에서 태어난 이유진 작가는 한국화를 공부하기 위해 2000년 세종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보수적인 학과 분위기와 정형화된 교육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껴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작가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며 다양한 미술관
과 대학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독일 문화에 깊이 매료되었고, 이 경험은 문화적 정체성을 인식하고,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뮌헨 아트 아카데미(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 Munich)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군터 포그(Günther Förg)의 지도 아래 석사 과정을 마쳤다. 동양화에서 배운 “여백의 미”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서양 회화의 기법과 개념을 접목하며 본격적으로 이유진 작가만의 예술적 언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군터 포그와의 인연은 그녀의 예술적 비전뿐만 아니라,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삶에 대한 사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유진 작가의 작업은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며, 동양화의 ‘여백의 미’라는 미학과 서양 회화의 방법론과 접목하여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형식적인 결합을 넘어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며, 그녀의 작품 속
에서 동양과 서양의 미학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독일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지속한 그녀는 서로 다른 두 문화권의 조형적 요소를 조화롭게 표현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손갤러리와 이유진 작가는 2021 년 국내 개인전과 아트 바젤 홍콩 인사이트 섹션에서 솔로 스탠드로 작품을 선보였다. 2023 년 KIAF Seoul 에서는 “공존”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며, 작품을 통해 동양적 사유와 서양 회화론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해석을 제시했다.
■ 우손갤러리 소개
우손갤러리(김은아 대표)는 2012년 대구에서 문을 열었고, 2024년 12월 서울 전시장을 개관한다. ‘예술과 사람이 만나는 문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지향하고 있다. 우손갤러리는 현대 미술계를 선도하는 거장과 유망한 작가를 소개하며, 이들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외 큐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를 선보이며, 독창성과 메시지를 중시하는 작품을 선정한다.
유명 작가의 우리나라 최초 전시를 성공적으로 열어왔다는 것도 특징이다. 2012년 토니 크랙의 개관전을 시작으로, 션 스컬리(2012년), 야니스 쿠넬리스(2013년), 로라 랑캐스터(2014년), 데니스 오펜하임(2015년), 산드라 바스케즈 델 라 호라(2019년), 후버 세이블(2012년), 켄고키토(2014년), 왕유핑(2017년), 크리스티안 러어(2017년), 마루야마 나오후미(2017년), 사카이 코오타(2018년) 등 거장의 전시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특히 2013년 10월에 열린 야니스 쿠넬리스 전시는 전설로 남았다. 쿠넬리스는 대구에서 약 45일을 체류하며 모든 전시 재료를 한국에서 준비했고, 작가 가족도 함께 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우손갤러리는 세계 2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과 프리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24년은 의미 깊은 해다. 2024년 6월 아트 바젤 바젤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오묘초 작가와 참여했으며, 12월에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 ‘서베이’ 섹터에 최병소 솔로 부스로 첫 진출했다. 아트 바젤 홍콩에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참여해, 이강소, 최병소, 이정민, 이유진, 안창홍의 솔로 부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즈 서울에는 2023년부터 참여해 최병소, 이명미의 솔로 부스로 호평을 받았다. 최병소 작가는 2024년 9월 아모리 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바 있으며,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도 관람객의 깊은 공감을 받았다.
시대에 따른 변화와 첨단 기술의 도입은 현대미술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좋은 작품의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은 독창성이 돋보이며, 대중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손갤러리는 이러한 작품들을 발굴하고 전시하여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며, 작가와 작품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2025년 우손갤러리 서울에서는 이헌정, 최병소, 카즈미 나카무라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 우손갤러리 서울 건축 소개
"미술관에 비해 갤러리는 내밀하고 개인적이다. 특히 우손갤러리 건축주는 비교적 명확한 디자인을 지향하고 확실한 안목을 지녔기에 이를 가이드로 삼을 수 있었다. 본질적이고 기초적 사항은 층고가 제법 높은 경사 지붕의 주택을 갤러리로 바꾸는 시도였다. 성북동의 가파른 지형에 위치한 사선 지붕을 가진 주택을 갤러리로 만드는 것은 일종의 혁신이다. 기존 조형성을 최대로 유지하면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개구부를 붉은 벽돌로 메웠고, 기둥을 없애기 위해 조적조를 철골조로 치환해 중립적 공간을 구현했다. 우손갤러리 서울은 외부와 내부, 콘텍스트와 프로그램, 시간과 공간, 비슷함과 상이함 등이 교차하는 두 가지 성격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각각의 차이와 증폭도 중요하지만, 이 두 가지가 유연하게 교차하는 건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건축가 김세진, 2024년 11월 -
서울 성북동에 개관한 우손갤러리는 건축가 김세진(지요건축사사무소)이 리노베이션을 맡았다. 미술 전시 디자인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50년 전에 만들어진 붉은 벽돌 주택을 1년 간의 공사 끝에 멋지게 완성했다.
성북동은 간송미술관, 캔파운데이션의 오래된 집, BB&M, 옵스큐라, 제이슨 함 갤러리 등이 위치해 있으며, 2026년에는 라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 개관할 예정이라 서울의 새로운 아트 스팟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우손갤러리 서울 1, 2층에는 전시 공간이 있으며, 지하와 3층에는 VIP 공간이 있는 구조다. 갤러리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인 기둥이 없고 천고가 높은 화이트 큐브를 만들기 위해 김 건축가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했고 그 도전은 성공적이다. 기존 주택의 클래식한 형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만 유사한 벽돌로 막았다. 반면에 내부는 모든 것이 변했다. 각각의 방은 모두 사라져 하나의 큰 공간이 되었고, 작품이 걸리기를 기다리는 무색무취의 벽을 만들었다. 실내 마감 재료는 최대한 절제해 중립적이다. 수직의 철골 기둥은 모두 벽체 안으로 숨겼고, 천장에 노출한 철골보는 구조적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층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첨단 기술의 증거이기도 하다.
우손갤러리 대구 외관은 회색 콘크리트와 검은 철제로 이루어져 있기에 서울 건물과 외관상으로는 다소 달라보이지만, 클래식한 건축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천정이 높은 화이트 큐브의 실내가 뉴욕의 로프트를 연상시키는 이국적 정취를 풍긴다는 것도 유사하다. 우손갤러리는 서울 전시장 개관을 통해 앞으로 보다 많은 특색 있는 전시를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메카인 대구의 커뮤니티와도 면밀히 소통할 예정이다.
□ 건축가 김세진은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 <유영국>(2024년), 리움미술관 <조선백자>,서울시립미술관 <구본창의 항해>(2023년),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2020년) 등의 전시 디자인을 담당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 건축사부문 우수상(2022년), 젊은 건축가상(2020년), 국립현대미술관건축 건축가 프로그램 파이널리스트(2014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어번폴리 공모 최우수상(2011년) 등을 수상했다.
□ 공간 디자이너 정지욱(그루스튜디오)이 인테리어를 맡았다. 정지욱은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파리 메종&오브제 한국관 전시 공간, 문래예술공장 공간 기획, 녹사평 역사 리노베이션, 대전복합터미널 광장과 공간 디자인,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 전시 공간, 예술의전당 아트 페어 ‘디자인메이드’ 설계, 한남 더힐 커뮤니티센터 리노베이션 등이 대표작이다.
■ 전시 서문
《Positive Sinking》은 2021년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이유진의 두 번째개인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 제목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발음 실수에서 비롯된 언어유희라고 설명한다.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은 종종 “Th” 발음을 “S”와 혼동하는데, “Th” 발음을 사용하 는 경우, “생각에 잠기다” 혹은 “깊이 생각한다”라는 뜻의 《Positive Thinking》으로
들릴 수 있다. 이럴 경우 “Sinking(가라앉음)”과 “Thinking(생각)”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되며, 우리의 의식이 깊은 우물 속으로 점점 내려가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언어유희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2018년 뮌헨 Tanja Pol Galerie에서 열린 개인전의 제목에서도 유사한 개념이 등장한다. 당시 전시 제목이었던《Unter Bewusstsein》은 독일어로 ‘잠재의식’을 뜻하는 “Unterbewusstsein” 에서 기인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추가해 “의식 아래로”라는 의미로 변화시켰다. 그녀는 이를 통해 의식을 아래로 가라앉음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유진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이 마치 깊은 물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끝없는 물속에 홀로 있는 것”에 비유한다. 그렇게 캔버스와 종이 위에 그려진 오브제들은 그녀의 잠재의식 세계를 담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잠재의식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의 작품은 “초현실적,” “꿈결 같다,” “동화 같다,” “지브리 같다” 등의 표현으로 종종 묘사된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그녀의 독특한 화풍은 동물과 인간의 형상을 그려내는데, 고양이, 부엉이, 까마귀, 원숭이, 잠수부, 소나무, 달, 물, 구름, 창문 등의 모티프가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캔버스 위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 그 위에 드러난 표면이 전통적인 서양 회화에서의 여백의 의미가 아니라 이유진 작가의 작업에서는 이 개념이 다르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초기작 중 하나인 「Taucher」(2017)에서 화면 중앙의 인물은 하얗고 둥근 형태로 표현되었고, 손가락은 붉고 검은 선으로 묘사되었으며, 검은 타원형은 잠수 헬멧을 연상시킨다. 작품 속 중심 인물 주변에는 연필로 가늘게 윤곽선만 그려진 나무들이 자리하는데, 나뭇잎들은 마치 헬멧과 비슷한 구름 같은 모양을 닮았다. 인물과 나무는 흰색으로 표현되어 크림색 종이 배경과 색감이 대비를 이루면서, 대부분의 배경이 채색되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나무 아래에 미묘한 물결을 더함으로써 빈 공간을 하나의 ‘물속’이라는 공간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진 작가가 빈 공간을 다루는 방식은 그녀의 배경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1980년 강릉에서 태어난 그녀는 2000년 서울의 세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비록 보수적인 학과 분위기와 정형화된 교육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껴 학업을 중단했지만, 동아시아의 전통 회화 철학은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교에서 유래된 “여백의 미”로, 이 기법은 의도적으로 그림에 빈공간을 남겨 단순함과 고요함을 추구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이유진 작가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인식하고 작품에 표현하게 된 것은 독일로 떠난 이후라고 말한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뮌헨 미술대학에서 귄터 포그(Günther Förg) 교수 아래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그녀는 ‘다양한 영향과 상반된 시각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찾는 과정’에 몰두했다고 말한다.
작가는 서양 회화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화와 아크릴을 주재료로 삼으면서도, 캔버스나 한지를 이젤이 아닌 바닥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유지했다. 이러한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그녀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한 걸음 벗어나 작품과 마주하며, 눈앞의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 속 물리적인 세계는 화면 위에 남겨진 채, 「Nocturne」 (2024)속 구 (球)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탄 한 쌍의 부엉이처럼 중력을 잃고 마치 물속으로 잠수하듯 형태들이 하나로 융합되는 모습을 보인다. 「Migratory Being」 (2023)에서는 색이 그림자 역할을 하는 대신형태를 채우고 확장하면서, 풍경을 평면적으로 만드는가 하면, 「The InBetween」 (2024)에서는 하늘의 한구석, 인물의 후드티 속, 그리고 바닥의 물웅덩이 속에서 서로 다른 공간들이 한 화면에서 공존하며 중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이유진의 그림은 서양 전통의 원근법에서 벗어나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경계를 만들어 낸다.
최근 이유진 작가의 작품에는 깊이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Whispering to the Clouds」(2024) 과 「Purple Curtain」(2024)에서 볼 수 있듯이 직선 형태의 창문은 작품의 구조적 요소를 더해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창문 아래로 내려갈수록 여전히 모호한 분위기가 남아있다. 그녀는 작업의 일부분이 “무거워졌다” 라고 설명한다. 이는 말 그대로 종이 표면 위에 더 많은 물감이 쌓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면서, 이유진 작가가 보다 명확한 공간을 형성하기 위한 시도이자, 가라앉을수록 더 깊이 있는 공간이 생성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Positive Sinking》 전시에서는 이유진 작가의 회화 작업뿐만 아니라 세라믹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작가의 공간에 대한 탐구가 더욱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폴리머 클레이를 사용하여 조각 작업을 시작했고, 재료에 대한 고민과 탐구 끝에 세라믹 클레이로 재료를 전환하면서 마침내 회화 작업과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조각 작품들은 동그랗거나 뾰족하거나, 무리를 지은 형태로 회화 속 오묘함, 모호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이유진 작가의 회화적 접근 방식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Positive Sinking》에서 등장하는 개별 작품들을 전부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관람객 각자가 작품을 직접 대면하며 자유로운 해석을 시도해보는 것이, 작품을 가장 잘 감상하는 방법일 것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일화가 하나 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동물이 자주 등장하지만, 사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유진 작가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고 한다. 그녀에게 있어 동물은 인간과 가까운 존재이자 모티프로써 매력을 느끼지만,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른 채로 남아 있는 상태’가 작가는 더 편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내면세계를 파악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논리적인 의미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예술 작업을 설명하는 데 있어 “조사” 또는 “탐구”와 같은 단어가 흔히 사용되게 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작가가 세상에 내어놓는 작품은 관중에게 만큼이나 작가 본인에게도 낯선 존재다. 바로 여기에 가라앉는 것에 대한 풍부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끝없는 물속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양면적인 모호함, 미지의 불확정적인 정의와 친근해지면서 말이다.
전시 서문: 백연하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Ocula Magazine의 에디터이자 Art Basel 등 국제적인 플랫폼에서 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 이유진 CV
1980 대한민국 출생
학력
2000 세종대학교한국화과재학
2004 뮌헨미술원(Academy of Fine Arts Munich)
2008 베를린예술대학레이코이케무라교수(Prof. Leiko Ikemura)로부터사사
2011 뮌헨미술원(Academy of Fine Arts Munich) 석사졸업군터펄그교수(Prof. Günther Förg)로부터사사
개인전
2025 Positive Sinking, 우손갤러리서울, 서울, 대한민국
2024 Gallery Weekend Berlin 2024, 68projects, 베를린, 독일
2022 Figments, Galerie Britta Rettberg, 뮌헨, 독일
Am Hofgarten, GalerieKunstverein, 뮌헨, 독일
2021 Organic Symmetry, Lemoyne Project Zürich, 취리히, 스위스
junction, 우손갤러리, 대구,대한민국
2020 Lemoyne Project, 취리히, 스위스
Yi.05, Galerie Britta von Rettberg, 뮌헨, 독일
Hybrid, Artothek und Bildersaal München, 뮌헨, 독일
2019 Sehnsucht nach Sehen, Rathaus Pasing, 뮌헨, 독일
2018 Unter Bewusstsein, Tanja Pol Galerie, 뮌헨, 독일
2014 Tanja Pol Galerie, 뮌헨, 독일
2013 Tanja Pol Galerie, 뮌헨, 독일
2012 Abstrakt, Galerie Kunsthaus, 슈타른베르크, 독일
단체전
2024 Spring Show, Vazieux Art Gallery, 파리, 프랑스
Modern Echoes: A Contemporary Take on Romantic
Themes,Kornfeldgalerie berlin, 베를린,독일
2023 Body Language, Kornfeld Gallery, 베를린, 독일
One Week Show, Vazieux Art Gallery, 파리, 프랑스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뮌헨, 독일
2021 Collective Exhibition “Element”Young-Sé Lee, Youjin Yi, Vazieux Art Gallery, 파리, 프랑스
Summer Group Show –Sarah Jérôme, Fadia Haddad, Youjin Yi, Vazieux ArtGallery, 파리, 프랑스
Sommer Show -New works / Editions, Galerie Britta Rettberg 뮌헨, 독일
SOMEWHERE IN BETWEEN?”in Rathausgalerie Kunsthalle, 뮌헨, 독일
2020 WIDERSTAND, BLICK FANG 2020,Sommerexhibition in Kunsthaus, 카우프보이렌, 독일
2019 Papierarbeiten (with Philipp Messner, Leonhard Hurzlmeier and
HansjoergDobliar), Galerie Britta von Rettberg, 뮌헨, 독일
NISCHEN NISTEN NIEDERSCHLAG, Rathauskeller Wolnzach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독일, 뮌헨
2018 Schiffe setzten über, Galerie der Künstler, BBK, 뮌헨, 독일
OCCURENCE-Part 3, ein Kunstprojekt von Stephanie Maier,
Kulturwerkstatt HAUS 10, 퓌르슈텐펠트브루크, 독일
2017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뮌헨, 독일
2016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뮌헨, 독일
FRISCHLUFT TANKEN, BERLINERBODEN, Schlorfheide, 브란덴부르크,독일
After Realism, GiG MUNICH, Galerie im Gartenhaus, 뮌헨, 독일
OCCURENCE-Part 2, ein Kunstprojekt von Stephanie Maier, Färberei Kösk,뮌헨, 독일
2015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뮌헨, 독일
2014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뮌헨, 독일
Die ersten Jahre der Professionalität, Galerie der Künstler, BBK, 뮌헨, 독일
2013 Jahresgaben, Kunstverein München, 뮌헨, 독일
My mind keeps wandering –unst aus München in Biesenthal,
Wehrmühle Biesenthal, 브란덴부르크, 독일
Die ersten Jahre der Professionalität, Galerie der Künstler, BBK, 뮌헨,독일
2011 Hintergründe, Galerie der Moderne, 뮌헨, 독일
Ereignis Druckgraphik 2, Internationale Druckgraphikausstellung,
Leipziger Buchmesse, 라이프치히, 독일
2010 Dialogos, Fundación Ludwig de Cuba, Catedra Humboldt, Casa
Monumento Salvador Allende, 아바나, 쿠바
2009 Neuer Kunstverein Regensburg, 레겐스부르크, 독일
2008 Weltraum, 뮌헨, 독일
2007 tavola calda, Kunstverein Heilbronn, 하일브론, 독일
Bilder um ein Märchen, Modern Art Museum in Munich, 뮌헨, 독일
수상 및 레지던시
2023 제1회KIAF 하이라이트어워즈, 서울, 대한민국
2021 Working Grant 2021 Stiftung Kunstfonds, 본, 독일
2016 Bavarian Studio Support Program 2017/18
2014 Studio Support Program, City of Munich
2012 Studio Support Program, City of Munich
2010 Grant for foreign students from the STIBET-Program of DAAD, Bayer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Wissenschaft, Forschung und Kunst, 뮌헨, 독일
2007 Grant for foreign students, Bayerische Staatsministerium für Wissenschaft, Forschung und Kunst, 뮌헨,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