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6 ~ 2025-03-15
이영준
02-6263-2004
2025년 2월 6일부터 3월 15일까지 한 해의 시작을 여는 전시로 이영준 개인전 《Orange Container》를 개최한다. 전시명 ‘Orange Container’는 감각적인 것을 상징하는 색 Orange와 ‘담다, 포함하다’를 의미하는 Contain에서부터 연상된 것으로, 작가는 지난 2-3년간의 작업과정 동안 실험해온 방식들을 한 화면에 감각적으로 담아내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작업 방향성을 견고히 정립해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는 회화적 공간을 경계 짓고 허물며 안과 밖을 오가는 운동성에 대해 초점을 맞춘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영준의 작업은 리드미컬한 핸드 프리 드로잉과 스텐실 패턴 드로잉을 통해 화면 안에서 즉흥성과 반복성(복제 가능성)을 띠며 그래피티를 연상케하는데, 이는 마치 평면성이나 재현, 시대적 관습 등 회화 매체에 따라붙어 온 규범을 해체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수직수평의 규칙적인 그리드, 색면 추상을 떠올리도록 하는 레이어를 또 다른 겹으로 배치하며 회화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이고 초월적인 정신적 깊이를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점, 선, 면의 움직임, 물자국 등 다양한 성격을 띠는 레이어가 한 화면 안에 더해지며 무엇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복잡성의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이영준은 레이어의 중첩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뒤섞음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업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의문을 품도록 하는데, 이는 이번 전시의 출품작을 모두 정사각형 그라운드로 기본 설정하며 그 궁금증을 더욱 짙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작가는 움직임에 대한 ‘시작과 끝’, ‘위와 아래’와 같은 시공간에 혼선을 주며 그가 만들어낸 회화의 공간 속에서 시선이 오래도록 머무르게끔 한다. 정방형의 그리드는 균질함을 위한 선택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으나, 작업중 사방으로 이뤄지는 자유로운 방향전환을 통한 화면 내 균형 탐구와 더욱 밀접히 관계를 맺는다. 이는 특정 시점이나 방향에 얽매여 무언가를 재현하기 위하거나 레이어를 위한 레이어를 쌓는 것이 아닌 대칭과 긴장, 어긋남 속에서 균형을 맞춰 나가는 과정, 그 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붙잡거나 그대로 묻어버리는 행위 그 자체를 본질로 삼는 작가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영준 작가의 전시 서문을 쓴 신지현 큐레이터는 “그의 회화는 평면 위에 정지된 이미지가 아닌 시간과 시선, 그리고 감각이 교차하며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는 유동하는 장(field)이라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즉, 작가는 회화의 공간을 경계 짓고 또 다시 허물어내며 평면성과 공간성 사이 긴장과 균형을 구현하고자 시도하며, 그의 그림이 완결된 닫힌 이미지로 존재하기 보다는 변화하고 확장될 가능성을 담은 잠재적 화면으로 인식되도록 의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영준 개인전 《Orange Container》를 통해 그가 만들어낸 회화적 경로 안에서 의도적으로 길을 잃어가며 즐거운 방황을 해보기 바란다.
독일과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영준(b.1983)은 회화의 겹을 지층(地層)과 같이 구분하여 쌓는 '레이어(Layer)' 기법을 통해 회화의 영역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위, 이미지를 쌓아 올리는 작업과정에 있어서 스스로가 정한 규율 안에서 한 겹 한 겹을 계획적으로 구성한다. 다만, 개별적 층 내에서는 무의식적인 반복 행위로 생성되는 패턴이나, 어떠한 형상도 의미하지 않는 리드미컬한 드로잉 선 등으로 즉흥성을 담아내며 의도와 우연이 공존하는 화면을 통해 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작품 안에서 각각의 '레이어'는 물질적_유화, 아크릴, 연필, 실크스크린, 에어브러쉬 등_ 혹은 시각적_점, 선, 면, 색, 패턴 등_으로 차이를 두며 서로가 더욱 선명히 구분되도록 하는데,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미지의 층 일부를 지우고, 오리고, 덧붙이며 각 층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결합과 파괴를 반복하며 생성된 화면은 마치 침식작용(浸蝕作用)으로 인해 깎여 드러난 지반(地盤)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다양한 형상과 색채의 조화로 이뤄진 복합적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이영준은 2012년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2020년 뮌헨 미술대학교(AdBk München)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디플롬(Diplom) 학위를 취득했다. 2023년 독일 Galerie Sebastianskapelle Ulm e.V.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같은 해 서울의 스페이스 카다로그, 2024년 지우헌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또한, 네덜란드의 IDFX, 독일의Kunstraum-Leitershofen 및 Galerie der Künstler, 서울의 프람프트 프로젝트와 에브리아트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독일 뮌헨시 문화부 작가지원(2023-2026), 독일 바이에른주 작가지원(2023-2024), 독일 예술기금재단 ‘NEUSTART KULTUR’ 특별지원(2021), 바이에른주 장학금 프로그램(2021) 등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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