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의 핵심 요소로 ‘안정성, 유용성, 아름다움’을 꼽았다. 미적 요소를 포함하는 만큼 건축과 예술의 연결은 필연적이며, 역사적으로 이를 넘나든 거장들도 많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 현대 아파트 개념을 창시한 르 코르뷔지에 모두 ‘예술을 짓는’ 사람들이었다. 건축사학자 임석재는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2000』에서 현대에 들어 건축과 미술의 연관성이 점차 약화되었음을 지적한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두 분야 간의 관계가 비교적 명확했으며, 건축가이자 화가로 활동한 예술가도 많았다. 그러나 이후 건축은 자본 논리에 종속되고, 미술은 사회적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두 영역이 점점 단절되었고, 1990년대 이후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임석재는 건축과 미술의 교차점과 상호 보완성에 주목한다. 미국의 여성 건축가 줄리아 모건은 “건축은 시각 예술이며, 건물은 스스로 말한다”고 했고, 필립 존슨은 “건축은 예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축과 예술이 완전히 동의어가 될 수는 없지만, 두 영역 간 지속적인 교류와 융합은 필수적이다.
전시 전경 ⓒ 오혜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2025건축가사진전: Static Movement》(2.5-2.24)은 건축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포착한 동시대 건축가 23인의 사진 작품을 조명한다. 이들 작품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건축가의 시선과 예술가의 감성이 교차하며 시간, 공간, 그리고 인간 경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덴마크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은 “건물(building)이 건축(architecture)으로 변하는 순간, 그것은 예술이 된다”고 말했다. 결국, 건축가는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