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주고받은 900여 통 편지 중 그의 예술과 인간적 면모를 중심으로 골라 시대순으로 엮었다. 두 권은 크게 그를 지원한 동생 테오와 친구 라파르트와의 편지로 나뉜다. 출간 25주년을 맞아 고해상도의 그림으로 변경됐고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반기 명작이 추가됐으며, 화가가 되기 전 1878년의 스케치도 볼 수 있다.
책소개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가난과 외로움, 정신질환과 예술적 고뇌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간 고흐의 마음들
빈센트 반 고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힌다. 그런데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를 보고 감동하는 우리는 고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살아 있는 동안 인정을 받지 못한 화가,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사람, 자살로 30대에 생을 마감한 청년. 광기의 천재, 천부적인 재능의 예술가, 불운했던 창작자. 만약 이 정도만 알고 있다면 우리는 아직 고흐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그가 생전에 지인들과 주고받은 900여 통의 편지 가운데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진실, 그리고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는 것들을 모아 시대순으로 엮은 책이다. 우리는 고흐의 편지에서 드디어 화가로서의 꿈을 찾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그가 마주한 기쁨과 괴로움이 무엇이었는지, 무엇보다 그가 어떤 성품의 사람인지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책에는 고흐와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동생 테오의 편지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고흐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 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 한다.'
그림 너머의 진실을 보여주는 고흐의 문장
요즘은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흐는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유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부족한 자신의 실력이 아쉽지만 그래도 너무나 행복하다고 털어놓고, 가난한 농부 같은 초라한 사람에게서 바다 같은 웅대함을 본다고 이야기한다. '왜 내 그림은 팔리지 않을까?'라고 자조적으로 테오에게 묻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요양원에 있던 시기엔 정신적으로 불안함을 보이면서도,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는 어떤 일보다 기뻐한다. 너무 우울한 것 같아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를 품에 안고 죽기까지, 고흐에게 편지는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도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다.
그래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치 고흐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미완의 어느 가난한 화가가 온갖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에 인정받을 그 날을 위해 정진하는 모습이 또렷하게 그려진다.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가진 어느 천재 화가가 아니라,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 같다'고 푸념하면서도 꺾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반복해 말하며 꿈을 위해 애쓰는 청년이 보인다.
고흐는 동료 화가 베르나르에게 '언제쯤이면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라고 쓴 편지를 보내고 3개월 후,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을 완성한다.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나아가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이었다.
'바다 그림에 눈에 띄는 붉은색으로 내 이름을 넣었다.'
기존 그림을 고화질로 보완, 유명 작품을 다수 추가한 25주년 개정판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고흐의 편지를 본격적으로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 최초의 책이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30만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는데, 고흐가 실제 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편지에서 설명한 작품과 그 시기에 그린 그림들을 함께 보고 감동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이번에 출간 25주년을 기념하는 개정판은 새로운 표지와 함께, 획기적으로 그림을 보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 속에 수록된 고흐 작품들을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 기존 그림들을 전면 고해상도로 교체하고, 전보다 크게 실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또 이전에는 없었던 고흐의 명화들을 추가로 수록했다. 고흐가 테오에게 '바다 그림에 붉은색으로 이름을 넣었다'고 말한 것을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에서 확인할 수 있고, 고흐가 편지에서 감탄하는 밀레나 렘브란트 등을 모작하여 그린 그림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고흐는 편지 안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하며, 스케치를 편지와 같이 보내기도 했다. 전업 화가가 되기 전에 그린 스케치부터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유일하게 판매된 〈붉은 포도밭〉, 검은색을 쓰지 않고 밤의 모습을 담은 〈밤의 카페 테라스〉, 조카가 태어난 기쁨을 안고 그린 〈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등 고흐의 여러 대표작은 그의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지은이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Willem van Gogh)
네덜란드 남부 작은 마을에서 개신교 목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고흐는 1869년부터 큰아버지 ‘센트 삼촌’의 헤이그 구필 화랑에서 일했다. 그런데 1873년 구필 화랑의 런던 지점에서 고흐는 당시 산업화의 그늘 아래서 비참한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충격과 실연당한 아픔으로 정신적 불안을 겪게 된다. 1875년 파리 본점에서는 예술 작품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환멸과 거부감을 견디지 못하다가 결국 해고를 당한다. 이후 전도사가 되어 벨기에 탄광 지대에 파견되지만 거기서도 선교단체와 마찰을 빚고 해고되는데, 이때 고흐는 광부들의 비참한 현실을 그림에 담으면서 화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확인한다. 1881년에 헤이그에 정착하여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감자 먹는 사람들」(1885년)을 그렸다. 1886년 테오가 있는 프랑스에 정착하고 툴루즈 로트레크, 에밀 베르나르, 존 러셀 등의 화가들과 친구가 되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1888년에 따듯한 프로방스 지방 아를로 내려가 「별이 빛나는 밤」(1889년) 등을 그렸고, 이때 인상주의 화가들과 함께 파리 앵데팡당전에 참가했다. 고흐는 고갱을 자신의 ‘노란 집’으로 불러 함께 살았으나 심한 불화를 겪다가 자신의 귓불을 칼로 잘라내고 만다. 이후 생레미의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1890년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불꽃 같은 열정으로 걸작들을 그려냈다. 하지만 석 달 뒤에 여관 다락방에서 권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되고, 7월 29일 새벽에 동생 테오의 품에 안긴 채 삶을 마감했다. 고흐는 2000여 점에 달하는 유화와 데생을 남겼고, 테오도 형이 죽은 다음 해에 세상을 떠났다. 고흐 형제 사후에 테오의 아내 요안나가 고흐의 작품 전시회를 열고 편지를 출간하는 등 고흐를 알리려 애썼다. 이후 테오와 요안나의 아들로 큰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빈센트 반 고흐 주니어는 상속받은 고흐의 그림들을 네덜란드 정부에 기증하여 1973년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이 세워지는 데 기여했다.
옮긴이 | 신성림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10대학 대학원에서 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서화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문화와 예술의 세계를 동경했으며, 그림에 대한 글을 쓰고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클림트, 황금빛 유혹》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반 고흐》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미술사 아는 척하기》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1장 새장에 갇힌 새
많이 감탄해라 | 삶은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 | 새장에 갇힌 새
2장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자연과의 씨름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 케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 씁쓸한 사랑 |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3장 조용한 싸움
너에게 부탁하고 싶다 | 습작에 몰두하다 | 후회할 시간이 없다 | 내 안에 있는 힘을 느낀다 | 인간을 그린다는 것 | 흥미를 위한 작품은 할 수 없다 | 버림받은 여자를 돌보는 일 | 생명의 몸부림을 담아 | 나의 연인, 시엔 | 시엔의 출산 |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림 | 조용한 싸움 | 화가의 의무 | 꿈틀대는 색채의 힘 | 유화를 그리는 행복 | 자연이 주는 감동 | 풍경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 복권의 의미 | 삶과 예술의 규칙 | 더 많은 것을 원하다 모든 것을 잃는 자 | 내가 정말 그리고 싶은 그림 | 세상에 진 빚
4장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시 일어날 것이다 | 그림 속의 기쁨 | 나는 개다 | 나의 야만성 | 내 그림의 매매 가능성 | 예술,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 나오는 것 | 삶의 여백 | 젊은 화가의 아버지, 밀레 | 〈감자 먹는 사람들〉, 진정한 농촌 그림 | 현대 인물화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5장 생명이 깃든 색채
사람의 눈 |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 | 물감에서 솟아오르는 인물을 그리기 위해 | 루브르에서 만나자 | 불확실한 미래 | 생명이 깃든 색채 | 너 자신을 즐겨라
6장 내 영혼을 주겠다
형이 없으니 텅 빈 느낌이다 | 화가 공동체에 대한 구상 | 모두가 낯설게 보인다 | 쇠가 뜨거울 때 두들기는 수밖에 | 사람, 모든 것의 뿌리 |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 내 그림의 값어치 | 이 세상은 신의 실패작 | 고갱과 함께 지낸다면 | 함께할 친구가 필요하다 | 그림 속 색의 힘 | 〈씨 뿌리는 사람〉,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 | 예술은 예술가들에게 | 그림은 사진이 아니다 | 영생의 예술 | 급하게 그린 그림 | 나를 꿈꾸게 하는 밤하늘 | 그림을 그리는 일은 힘든 노동 | 나에겐 그림 밖에 없다 | 내가 더 지치고 아파할수록 | 가족과 조국은 상상 속에서 더 매력적이다 |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 나를 지배하는 열정에 따라 | 커다란 해바라기 |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 | 색채를 통해 뭔가 보여줄 수 있기를 | 파괴와 광기의 공간, 밤의 카페 | 흥미로운 밤 그리기 | 텅 빈 지갑 | '강제 휴식'에 대한 복수 | 너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 형이 아무런 근심 없이 지내기를 |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다 |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다 | 고갱과의 갈등 | 멋진 세상, 악의는 없었소 | 테오야, 걱정하지 마라 | 두 개의 빈 의자 | 우리가 늘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 내 영혼을 주겠다 | 이웃의 진정서 | 요양원으로 가고 싶다 | 다른 방법을 찾아서 | 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 | 형의 불행은 분명 끝날 거야 | 외인부대에 입대하고 싶다
7장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난 너무 현실적이지 못하다 | 형의 훌륭한 작품들을 잘 받았어 | 광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다 | 강렬한 색채의 힘이 보여 | 내 마음을 사로잡는 사이프러스 나무 | 반감 없이 고통을 직시하는 법 | t형 그림을 보여주려 많은 사람을 초대했어 | 용기를 잃지 마 | 용기도 희망도 없이 | 회복하려면 그림을 그려야 한다 | 〈붓꽃〉과 〈별이 빛나는 밤〉의 전시 | 죽음의 이미지 | 지독한 갈망 | 소박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그림 | 꽃다발을 보는 듯한 침실 그림 | 화가, 보이는 것에 빠져 있는 사람 | 1년 만의 재발 | 형은 분명 살아 있을 때 성공을 거둘 거야 | 아들을 빈센트라 부를 거야 | 나에 대한 평가 | 희망을 가지려 합니다 | 앵데팡당전의 핵심 | 형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 형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 고통의 순간이 지나면 | 이곳을 떠나고 싶다 |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8장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
닥터 가셰 | 그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 | 자네와 나의 공동작품 | 서로 다른 단편들의 흥미로운 관계 | 극한의 외로움과 슬픔 | 궁지에 몰리는 화가들 |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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