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기도 – 송경의 신앙과 예술
스페이스 성북 개관 두 번째 기획전, 신앙과 회화가 하나 된 삶을 기리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 스페이스 성북은
개관 이후 두 번째 기획전으로,
화가 송경(宋璟, 1936–2022)의 유작전 《빛의 기도 – 송경의 신앙과 예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속의 명성과 거리를 두고, 신앙과 예술의 일치를 삶의 중심에 두었던 화가 송경을
다시 교회 공동체 안에서 기억하고 기리는 자리이다.
송경, 〈성 프란치스코〉, 1989, Oil on canvas, 162.2x112.1cm
나래, 2017, Oil on canvas, 24.2X33.4cm
○ 전시명: 빛의 기도 – 송경(宋璟, 1936–2022)의 신앙과 예술
○ 기간: 2025년 11월 25일(화) – 2026년 1월 31일(토)
○ 장소: 스페이스 성북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80, 성북동 기도의 집 1층)
○ 주최: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송경 작가 유가족
○ 주관: 스페이스 성북
○ 후원: 가톨릭 교리 신학원
○ 전시 기획: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스페이스 성북 큐레이터 홍희기 미카엘라
○ 출품작: 회화, 도자, 소조, 출판 자료 등 약 40여 점
○ 관람시간: 화–토 11:00–18:00 (일·월, 공휴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문의: space-sb@naver.com / 02-766-3004
전시 의의
‘스페이스 성북’은 서울가톨릭미술가회가 가톨릭 문화예술의 현대적 담론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9월 30일에 개관한 전시 공간이다. 지난 첫 전시인 《2025 희년 가톨릭 미술 55년展》에서 공동체적 예술의 가치를 다루었다면, 이번 두 번째 기획전 《빛의 기도 – 송경(宋璟, 1936–2022)의 신앙과 예술》은 ‘개인의 신앙과 예술의 일치’를 주제로 한다.
이는 교회미술이 단순히 장식적 기능을 넘어 인간과 하느님, 삶과 예술을 잇는 영성적 통로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는 실천적 시도이다.
송경, 산길, 1985, Oil on canvas, 60.6x90.0cm
송경, 〈하늘바다〉, 1983, oil on canvas, 132x106cm
화가 송경(宋璟, 1936–2022)의 작품은 한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평생의 기도와 예술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세상을 묘사하기보다, 그가 염원하고 동경한 ‘다른 세계의 빛’을 향해 나아간 영혼의 흔적이다. 명예나 평가와 거리를 둔 채 그는 묵상하듯 붓을 들었고, 그 행위는 곧 봉헌의 행위로 확장되었다.
송경 화백의 화면은 전통적 구도나 구조적 긴장이 아니라, 부드럽게 소멸하는 경계와 파스텔 같은 여백, 정적인 질감으로 이루어진다. 명확한 형상보다도 은은하게 번지는 빛을 중심으로 구성된 그의 회화는 샤갈의 서정성과 루오의 영성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누구의 양식에도 속하지 않는 고유한 영성 미학을 드러낸다. 그의 그림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 시간과 영원, 인간과 초월의 세계가 자연스레 겹쳐진다.
송경의 예술은 단순한 조형 언어를 넘어 관람자가 작품 속에서 영적 세계를 해석하도록 이끈다. 그 여정은 조용한 관조의 참여로 이어지며, 인간과 피조물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창조 신학의 메시지를 통해 신앙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제시한다. 나아가 그의 작업 전체는 관람자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혜에 이르도록 안내한다.
특히 그가 다니던 서울 가회동 성당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2013) 연작은 이러한 영성의 정점을 이룬다. 그곳에서 그는 무게를 벗은 천상의 빛을 그리고, 고통·구원·부활의 여정을 색과 선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시각적 과시를 지양한다. 그러나 오래 바라볼수록 내면의 울림, 영적 리듬, 그리고 작가의 맑은 인성이 조용히 떠오른다. 그의 회화는 관람자에게 한 줄의 기도처럼 다가오는 조용한 통로가 된다.
이번 유작전 《빛의 기도》는 잊혀졌던 화백의 삶과 예술을 다시 불러오는 자리이다. 송경 화백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높이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빛 속에서 평생을 살았고, 마침내 그 빛으로 돌아갔다.
이 전시가 관람자에게도 잠시 멈추어 서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하느님께로 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시선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의 그림처럼, 이 공간에서도 빛은 조용히 우리를 부르고 있다.
글. 홍희기(문화예술경영학 박사,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 스페이스 성북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