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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원: 이렇게, 아직도,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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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원_ K 항암치료 포기 후 웃음을 되 찾다 75x75 cm 2024


● 초고령사회, 80대가 전하는 ‘고독의 기술’
“ ‘이렇게’ 살았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 ‘그러나’ 비워야 한다” 
● ‘사진철학자’이자 ‘동물 사진 전문가’, 박찬원 작가가 만난 80대의 초상
● 인간 동물을 상징하는 ‘손, 발, 머리’의 귀하고 아름다운 포즈를 통해, 나이듦과 사진 예술에 대해 사유하는 전시

제목 : 《이렇게, 아직도, 그러나⟫
작가 : 박찬원
기간 : 2025. 7. 2(수) – 2025. 7. 17(목)
장소 : SPACE22    
기획 : 최연하


⬛ 기획 의도

“80대가 전하는 고독의 기술”
기획, 글 : 최연하

⟪이렇게, 아직도, 그러나⟫는 동물 전문 사진가, 박찬원의 ‘인물 사진’ 전시이다. 박찬원 작가가 그동안 촬영한 ‘하루살이’, ‘돼지’, ‘소’, ‘말’에 이어 다섯 번째 동물  주인공은 바로 ‘인간’이다. 박찬원 작가는 반려동물이 아닌, 낯선 동물을 주제로 10년 넘게 사진 작업을 했다. 대개 동물이 주제인 사진이, 신기하거나 귀여운 동물 혹은 동물의 기이한 모습을 포착하는 등 소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면 박찬원 작가가 그동안 촬영한 동물 사진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간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의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찬원 작가는 하나의 주제(대상)를 촬영할 때 “100일 촬영 원칙”을 고수한다. 인간의 눈에 잘 띄는 동물의 모습이 아닌, 동물 입장이 되어 동물과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며 동물 같은 행동을 하고 동물의 말로 소통하며 사진을 찍었다. 작가가 약정한 100일은 ‘동물화되기’ 위해 물리적으로 필요한 촬영 기간이었다. 그래선지 그의 동물 사진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동물의 세계를 제시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공을 들여 촬영한 그의 사진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인간중심주의에서 비껴, 세계를 새롭게 보고 감각하는 박찬원 작가의 사진 철학은 인간의 초상을 촬영하면서 공감과 감응으로 넓고 깊어진다. 

⟪이렇게, 아직도, 그러나⟫전시는 박찬원 작가가 80대에 이른 세 사람을 만나 거의 3년여 동안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촬영한 결과물 중 일부를 묶은 것이다. 작가를 비롯해 사진의 주인공들은 해방 전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때 한국전쟁을 치르고, 4.19와 5.16을 고등학교 때 겪었고, 엄혹한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 대학을 다녔다. 또한 사우디 건설 현장의 노동자, 베트남전쟁 참전병으로서의 굵직한 경험담을 공유한다.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겪은, 이들을 따라다니는 구호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분하다. ‘싸우면서 건설하자’, ‘안되면 되게 하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 등 소위 왕년에 유명한 신화들이 이들에 의해 생산되었다. 박찬원 작가는 은퇴 후에도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며 용감하게 삶을 이어 가는 세 사람의 모습에 주목한다. 63세에 사진학을 전공하고,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선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 사진에서 10대, 20대, 50대를 주제로 한 사진 작업은 있었으나 ‘80대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은 처음이다.’ 사진 촬영에서 가장 까다로운 인간이라는 피사체를 통해 박찬원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사진의 본질에 더욱 천착하게 된다.


세 사람의 초상과 사연은 각각 ‘손’, ‘발’, ‘머리’로 집약된다. 세 자녀를 키운 ‘손’의 주인공은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40세 때 남편을 잃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 몇 해 전 췌장암이 찾아왔지만, 4개월 치료 후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나 잘하는 그녀는 사진 속에서 ‘이렇게’ 살았다고, 두 손을 활짝 펼치며 말한다. ‘발’의 주인공은 80세에 북한산 인수동 암벽 등반의 꿈을 이룬 남자다. 은행원으로 30년을 살았고 은퇴 후 30년째 걷기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걸을 수 없는 족저근막염 환자인데 고통을 고통으로 치료하며 마침내 북한산 인수봉 정상에서 졸업식을 했다. 그는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 23개 사업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마음껏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다. 바로 ‘머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안경과 틀니, 보청기를 빼면 보고, 먹고, 들을 수 없다. 몇 해 전 뇌경색이 왔지만 극진하게 자기 자신을 보살피고 치료하며 병마를 이겼다. 이 모든 것이 신앙의 힘이라고 믿고 하나님과 소통을 하는 시간을 매일 갖는다. 그는, ‘그러나’ 늘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아직도, 그러나⟫전시는 박찬원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내(박찬원)가 바라본 나들’은 암갈색 피부에 힘겨운 삶의 고비를 넘느라 주름이 깊어져 애처롭다. 이들은 포토제닉하지 않아서, 좋은 장비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사진들을 보는 관객들은 어떠할까? 동물 사진은 신기해서 유심히 보겠지만, 늙은 사람이 찍힌 사진은, ‘나와는 다르고 나와 무관하기에 난해하고 난처할 것’이다. 사람이 찍힌 사진은 대체로 어렵다. 사진에 찍힌 사람은 이해 영역의 바깥에 머물기에, 우리는 사람 사진을 읽고 보는 데 실패하게 된다. 사진과 사회는 젊음을 찬양하고 내세운다. 급기야 사진은 늙음을 감추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린다. 늙음이 칭송받을 때는, 보다 젊게 사진에 나올 때이다. 우리는 이처럼 젊은 시절의 사진 속에서 침묵하며 자신을 잊으려 한다. ‘이렇게’ 늙어가는 것은 당연한데, ‘아직도’ 우리는 늙음에 무지하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상실하고야만 것을 사진을 통해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박찬원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번민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늙음을 밀어내려는 현대 사회의 가볍고 서글픈 풍경 때문이다. 덧없이 반짝이다 사라지는 필멸의 존재가 카메라에 의해 순간 포착되어 사진 속에 머문다는 진실은 사진을 찍고 찍히는 일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타자를 만나는 어려움 속에서, 삶과 사진을 살피는 작가의 성심 어린 사진 작업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관객은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고독의 기술을 터득한 사람들을 이번 전시에서 깊게 만나게 될 것이다. 



박찬원_ K 세자녀를 키운 손 20x30 cm 2023


⬛ 작업 노트

“사람이라는 또 다른 세계의 탐험”

동물 사진은, 꾸준히 한 방향을 가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나타난다. 돼지 나라, 말 나라, 젖소 나라다. 돼지 사진은 돼지나라 여행기다. 시간과 인내의 싸움이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사람 사진은 어렵다. 60년 이상 사귄 친구인데도 모른다. 사진 보다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이야기를 나누다 엉엉 울기도 했다. 
버린 사진이 더 많다. K가 췌장암 선고를 받고 입원을 앞두고 가족 캠프를 갔다. 손주까지 11명이다. 가족사진을 찍었다. 모두 환히 웃으라고 했다. 웃고 있지만 웃는 얼굴이 아니다. 웃음 뒤에 아련한 슬픔, 두려움이 있다. 80대 S는 천진난만하다. 한여름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고 아무데서나 벌러덩 눕는다. 당구장의 나른한 표정이 재미있다. 당구장은 남성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놀이터다. L과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목사님과 함께, 공원에서의 대화, 집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 걸려 교회에 가는 길, 그가 말한 통곡의 계단도 의미 깊었다. 모두 탈락이다. 

80대는 미련하다. 세 명이 다 환자다. 췌장암, 족저근막염, 뇌경색을 앓고 있다. 병원 치료 대신 모두 자가 치료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에는 기적이 일어난다. 기적은 자기가 만든다. 세 사람 모두 글을 쓴다. K는 일기를, S는 산에 다니며 시를 쓴다. L은 월요 기도문을 보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나라 역사다.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몰라 아주 작은 일부분만 꺼낸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만 그렸다. 


박찬원_ L 아 하나님 40x60 cm 2023



⬛ 작가 약력

박찬원(Park Chanwon, 朴贊元)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영상 미디어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개인전
2022 <루비아나의 길>, 서학동사진관, 전주
2022 <밤과 산, 길>, 류가헌, 서울
2020 <사랑한다 루비아나>, 류가헌, 서울
2017 <소(牛)우주(宇宙)>,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16 <돼지야 놀자>, 돼지문화원, 원주
2018 <말은 말이 없다>,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17 <어떤 여행>, 배다리, 인천   
2016 <돼지야 놀자>, 돼지문화원, 원주
2016 <숨 젖 잠>, 류가헌, 서울
2016 <꿀 젖 잠>, 대안예술공간 이포, 서울
2014 <소금밭>, 인덱스, 서울


주요 기획전 
2025 <사진의 기억>, 류가헌, 서울
2024 <대전국제사진축제-동물사진작가전>,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미디어큐브동, 대전
2024 <‘신생’, 12몽키즈>, 대안예술공간 이포, 서울
2016 <특이한 부드러움, 상냥한 떨림>, 서울혁신파크, 서울
2013 <Face to Face>, 갤러리 룩스, 서울
2013 <사진, 보여짐>, 미러갤러리, 북경, 중국

출판
2022 『사진, 울림 떨림』, 라의 눈
2020 『사랑한다 루비아나』, 류가헌
2018 『말은 말이 없다』, 고려원북스
2017 『어떤 여행』, 고려원북스
2016 『꿀 젖 잠』, 고려원북스
2016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고려원북스
2009 『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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