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산책자 - 회복연습의 길
“자연이 어떻게 생각하는 뇌를 회복시키는가”
“건축 20주년, 살아있는 나무를 품은 미술관에서 우리는 산책자가 된다.
블루메미술관은 경기도 파주시 후원으로 4월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0의 산책자 – 회복연습의 길>전시를 개최한다. 예술과 자연의 공간이 공존하는 블루메미술관의 건축 20주년을 기념하는 이 전시는 예술로 자연의 힘을 읊어보고자 한다.
이 전시는 자연에서의 인지적 회복경험을 예술의 언어로 기술하며 뇌와 자연, 예술의 연결고리를 탐색하는데 있어 과잉 활성화된 것을 비활성화 상태로 낮추고 억제된 것을 이완시켜 0의 균형상태로 되돌리는 회복의 힘에 주목한다.
“우리의 뇌는 자연이 필요하다.” 많은 뇌과학자들이 자연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이 자연을 마주할 때 수많은 감정에 휩싸이는 이유와 예술작품과 만날 때의 신경학적 반응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자연경험의 손실과 더불어 동시대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도둑맞고 불안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때, 자연이 어떻게 생각하는 뇌를 회복시키는가에 대해 7명 작가의 조각, 회화, 사운드, 설치 12점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 전시는 예술가들에게 자연의 무엇이, 어떤 자연이 예술적 발화의 작용에 관여하는지, 창작을 위한 회복과 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으며 예술가의 언어를 따라 0이라는 회복의 상태를 함께 연습하는 자연산책자들을 위한 하나의 산책로를 일구어 보고자 한다. 이 길에서 자연은 권현빈의 작은 바위 하나 또는 조망성 있는 오지은의 큰 풍경처럼 서로 용량이 다르고, 박형근의 생명을 품은 은신처의 시선이나 박소희의 엉클어진 소멸의 공간처럼 해체되거나 생성되는 모습으로, 때로 김준이 전하는 날 것의 소리로, 134가 자연 앞에 자세를 낮추어 시선을 맞추는 문화적인 제스처로, 우숙영이 담아낸 다양성 그 자체와 같은 여러 모습의 단면들로 서로 다른 산책자들에게 회복연습을 제안할 것이다.
자연결핍 시대 길가의 나무 한 그루를 품고 지은 건축, 정원이라는 작은 자연을 돌보는 미술관이 목도해온 작지만 강력하고 중요한 자연의 힘을 소통하며 이 전시안에서 산책길 위에 들어선 관객은 모두가 한번쯤은 연습한 적이 있는 ‘미시적 회복경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블루메미술관 외관 전경 @textureontexture

권현빈, 하늘+, 2024, 대리석에 잉크, 72 x 62 x 52cm
권현빈(b.1991)은 서울대 조소과 학사 및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작가는 눈에 머무는 대상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것의 조각으로서 가능성을 상상한다. 돌을 주재료로 삼아 돌의 누수지점을 찾으며 쪼개고, 더듬으며, 파내는 행위를 통해 작업하며 돌의 시간을 응축한 듯한 작품을 통해 시간의 개념을 탐구한다.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갤러리 기체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하이트 컬렉션, 아트선재센터, 서울조각페스티벌, 창원조각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오지은, 어둡고 차가운 희망, 2024, 캔버스에 유화, 227.3 x 727.2cm
오지은(b.1990)은 수원대 서양화 학사와 국민대 미술학과 회화 전공 석사를 졸업했다. 회화를 통해 이미지의 유동성을 포착하려 하며 주로 회화가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풍경을 다루지만, 시각적 풍경 그 자체보다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자유로움과 생명력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Hall 1, 갤러리 ERD, 드로잉 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토탈미술관, 자하미술관, 을지예술센터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성북 문화재단과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박소희, COMPLEX, 2023, 칡덩굴, 느티나무가지, 가변크기
박소희(b.1981)는 프랑스에서 플라워 스쿨 라 피베르디에르에서 디플로마를 수료했으며 현재 보태니컬 디자이너로 엘트라바이를 이끌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연소재를 오브제로 한정하지 않고 공간적으로 낯선 풍경을 만들어내며 보태니컬 아트의 범주를 확장해 가고 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더월로우 등에서 개인전 및 2인전을 개최했고, 전남도립미술관, 문화역서울 284, 우양미술관 등에서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박형근, Tenseless-68, A bulb, 2010, C프린트, 120 x 150cm
박형근(b.1973)은 런던대 골드스미스컬리지에서 시각 미술을 전공한 후 이미지&커뮤니케이션을 석사를 졸업하고, 상명대 예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기록이라는 사진 매체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경계의 이면을 제시해오고 있다. 일우스페이스, 한미사진미술관, 대안공간 루프, 금호미술관, 갤러리 잔다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주비엔날레, 경기포토페스티벌을 비롯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김중업 박물관, 금천예술공장 등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우숙영, 초록의 초상, 2024, 인공지능 생성 영상, 5분
우숙영은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및 방송 홍보학과 학사와 디지털미디어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콘텐츠 융합 콘텐츠 박사를 취득했다. 인간과 기술, 기술과 자연,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작업하며, 이들 사이의 유기적 관계성과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0년간 삼성전자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양한 플랫폼과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의 제품과 경험을 정의하고 제안해 왔고 현재는 디지털 매체와 기술에 물성을 가진 개체와 전통적 매체의 조합을 실험하며, 표현과 소통의 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탈영역우정국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현대자동차 ZERO1NE 스튜디오, 문화실험공간호수 등에서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준, 깊은 우물, 2024, 복합매체(목재, 스피커, 앰프, 건조된 식물, 수집된 암석들, 3채널 사운드), 가변크기
김준(b.1976)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학사와 독일 빌레펠트 응용과학대학과 베를린 국립예술대 아트&미디어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존재하지만 감지되지 않는 소리들을 지질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매체들을 활용해 탐구하며 수집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을 사운드 아카이브 형태로 공감각적으로 소통한다. 송은 아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서울식물원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34, 555, 2023, 복합매체(패브릭, 금속), 50 x 50 x 44.4cm
134는 2022년에 김태우 디자이너가 설립한 서울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디자인을 통해 작업과 삶, 사랑이 모두 연결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동안 Sogallery 실장과 CJ 인테리어 팀장 등으로 일했으며, 가천대학교 인테리어 겸임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현재는 134의 대표이자 KOSID한국실내건축가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vblk flathome 한남 등 문화공간, 레스토랑, 카페, 패션, 상품, 전시 등 다양한 분야와 규모를 넘나들며 기획, 제작 디자인, 설계, 브랜딩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