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ement and Stillness 》
백수연 _ Sooyeoun Baek
나는 자연을 주제로 작업하며 특히 물과 몸에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매일 낮과 밤을 걸으며 드로잉, 사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질문을 두고 그 답을 찾는 여정을 전시하다 보니 내가 하는 질문의 중요성도 알아차리게 됩니다. 자연과 나의 연관 관계를 살피며 작업해 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연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를 들여다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물의 바닥은 무거운 돌이 있고 그 위를 가벼운 잎사귀나 수초들이 바람과 햇빛에 이리저리 흘러가며 움직이는 물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는 그 순간들을 바라보며 그것의 흔적을 담아냅니다. 수년간 했던 회화에서 두터운 질감의 터치를 영상 작업을 하는 지금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외부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에 다가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내가 가진 생각과 질문들이 작업 속에 잘 담겨지기를 바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의 로고스(Logos)와 동물의 아이스테시스(Aisthesis)》
비 홉 _ Bihop
신화와 우화는 서로 대립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신화가 하늘의 이야기이자 권력과 로고스(이성과 언어)를 대변한다면, 우화는 땅의 이야기로서 민초의 호소와 아이스테시스(감각과 예술)를 상징한다. 우화 속 동물들은 인간을 대신해 직립보행을 하고 말을 하며, 메타포와 해학을 통해 우리에게 “깨어나, 생각해, 행동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은 직접적인 표현이 가진 폭력성을 피하며,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얼굴’ 대신 동물의 ‘몸’을 통해 감각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했다. 재료의 무게, 부피, 질감 등의 물성을 분석하며 우화의 본질인 알레고리를 ‘밝은 어두움’으로 형상화하고, 감각과 은유의 효과적 표현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고요하지 않다;ringwanderung》
전은진 _ Eunjin Jeon
링 반데룽ringwanderung* 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정체되고 고립된 위기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지만, 같은 장소를 거듭 만나며 새롭게 감각한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자 한다. 출발과 도착 사이에 다양한 경로들이 있음을 각오하고 나서는 걸음들이다. 나의 감각기관을 통해 직접 채집한 장면들과 정보들을 선별하고 캔버스 위에 재구성한다. 제한된 시간 동안 느슨하게 흔적만 남도록 재현한 화면을 통해, 내 몸이 향하는 장소들의 특징들과, 회화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 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번 <고요하지 않다;ringwanderung>전시에서는 반복적으로 지나다닌 장소의 다른 시간들을 연작으로 제작한 작업과, 흙을 매만지며 새롭게 제작해 본 드로잉과 오브제 작품들도 함께 선보이고자 한다.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맴도는 일을 말한다. 등산 용어로, 야간이나 악천후 로 인해 목표가 불명료한 경우에 광대한 지형을 곧바로 오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을 그리며 같은 곳을 돌고 있는 현상을 뜻하는 독일어이다.
《Neither Abstract nor Universal》
홍유영 _ Euyoung Hong
박수근미술관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홍유영 개인전 《Neither Abstract nor Universal》에서 새롭게 보여지는 ‘사물들(Things)(2024)’은 장소적인 것에서 이탈되어 한순간에 소멸되어 없어져 버릴 것 같은 공간적 휘발성이 내재된 투명한 듯 복잡한 층위의 사물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하나의 사물이 여러 개로 확장되고 서로 다른 사물들이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새로운 공간에서 공간적 배치 또는 위치를 바꾼다. 지각되는 사물의 형태는 하나의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로 귀결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변형되고 서로 얽혀 또다른 물질 또는 표면을 돌출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 겉으로 보기에 이질적이고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사물과 공간의 형태들은 위상적 구조의 동일한 연속적 변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작품에서 오브제로 사용되는 수집된 다양한 사물들은 기존의 관계에서 이탈되어 내재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긴장상태를 내포한다. 이러한 사물들의 내재적 특징들을 끄집어내서 다시 해체하고 재배치 하고 이접하는 방식을 통해서 짓지 않고 짓고 그리지 않고 그리며 구성적인(compositional) 배치를 이탈하려는 보이드(void)의 논리를 구축한다. 비물체적인(incorporeal) 체계는 작동 상태로 변환되어 특정 공간 형태와 논리를 생산하며 이질적인 개체들 사이에서 상호성(reciprocity)을 찾고 또다른 공간적 지표(spatial indicator)를 발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