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25-03-07 ~ 2025-03-26
박항률, 신문용, 정재규, 한만영
무료
02-2287-2399
4ID 展 빛과 자연으로 투영된 4개의 시선 2025.3.07. Fri ~2023.3.26. Wed
“빛과 자연으로 투영된 4개의 시선”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이 전시는 60년대 중반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전환기를 경험한 원로 작가 4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이들의 작업은 빛과 자연, 시간과 공간,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당시를 기점으로 과거 세대의 전통적 시각과 그 이후에 전개된 새로운 시간을 이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각 작가는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존재와 시간, 공간과 기억 등을 탐구해 왔다. 이들의 작품 속에 깃든 이러한 시간의 자취를 통해 관객은 삶과 예술의 순환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재규는 사진과 회화를 결합한 사진 콜라주 작품을 통해 사진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추상적이고 입체적인 화면을 창조해 왔다. 이 과정은 빛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물리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일상의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빛이 만들어내는 시간적 흐름과 공간적 구조를 새로이 재구성한다. 구체적으로 장시간 노출과 다중촬영 기법, 및 사진을 가늘게 잘라내어 직물을 짜듯이 새로운 화면으로 직조하는 기법 등을 통해 시간의 다른 층위들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효과를 얻어낸다. 이를 통해 그는 기억과 순간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시지각이 포착하지 못하는 영역을 시각적으로 탐구하여 관객에게 시공간의 감각을 초월한 잠재적 체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사진을 복제 기능으로서의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인간과 세계 사이의 숨은 균형을 찾아내는 도구로 활용하며, 기계적 이미지와 아날로그적 수작업을 결합하는 실험적 작업을 시도해 왔다.
한만영의 작품은 서로 다른 것들이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의미하는 동양철학의 ‘불이(不二)’ 개념을 시각적 형태로 구현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는 대비되는 개념들이 하나로 융합되는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생성과 소멸, 채움과 비움 등의 서로 상대적인 개념들이 다른 개념이 아닌 순환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표현된다. 그의 작품에서 금속, 나무, 캔버스를 혼합하여 사용한 조형물들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이 단일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을 다양한 시점에서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를테면 산화된 금속의 표면을 통해 자연 속에 일어나는 시간성을 보여주는 ‘시간의 흔적’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주적 순환과 삶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발생하는 듯한 미세한 색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며, 서로 다른 성격의 사물이 서로 순환하는 상보적인 상황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신문용은 풍경을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감흥의 근원으로 제시한다. 그의 ‘추상풍경’ 시리즈는 구체적인 자연의 모습을 모방하지 않고, 자연의 에너지와 호흡의 흔적을 화면 위에 표현한다. 작업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수직과 수평의 선들은 마치 자연의 숨소리와 파동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풍경 속에 깃들어 있는 정서적 울림을 색채와 질감으로 나타내는 이러한 효과들은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이미지만의 추상적인 풍경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바람의 기억’ 시리즈에서처럼 바람이 불며 남기는 흔적을 추상적 선과 형태로 표현하여 자연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시각화했다. 이러한 작품은 현실 풍경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자연과의 교감을 촉발한다. 그의 이러한 회화적 접근은 동양적 자연관을 반영하며,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박항률의 작업은 대상에 대한 ‘응시’의 행위를 통해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에 놓인 관계들을 탐구한다. 그의 그림 속 대상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 속에서 서로 대화한다. 예를 들자면 나무, 돌, 구름과 같은 사물들이 서로를 향한 응시의 시선을 교환하며, 그 시선들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상호 응시를 내면적 소통으로 간주하며, 이를 통해 그림이 사유를 매개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동심이 깃든 고요하고도 신비로운 세계를 추구한다. 그의 작업은 사물이 지닌 고유한 정서를 캔버스에 하나씩 쌓아 올린 여러 층위 속에 깃들이게 하고 이를 시간과 공간의 다층적 구조로 나타낸다.
이들 4인의 원로작가들은 해방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국제적 흐름을 수용하고(김윤수, 1990; 오광수, 1985),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감각이 충돌하며 재구성되던 시기를 살아왔다. 1960년대 중반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개념적 전환과 매체적 확장이 일어난 시기로, 당시 작가들은 회화와 조각, 사진 등의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이들은 서구적 모더니즘을 수용하면서도 동양적 사유와 전통적 자연관을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 정재규의 빛에 대한 탐구는 한국 사진예술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고(이영준, 2005), 한만영의 동양적 세계관을 투영한 조형 언어는 철학적 사유와 조형적 실험을 결합했다. 신문용은 풍경화의 추상적 가능성을 모색하며 자연의 본질을 드러냈으며(박영택, 2010), 박항률은 시선과 내면의 관계를 탐구하여 회화의 서사적 가능성을 개척했다. 프랑스에 건너가 작업 활동을 이어간 정재규를 제외한 작가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이론적, 창작적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의 작업은 시공간을 초월한 자연과 인간, 빛과 생명의 교감을 공유한다. 과거와 현재, 구상과 추상, 형상과 비형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창출하며,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추구한다. 그들은 자연의 흐름, 시간의 중첩, 빛의 움직임, 사물의 관계성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각자의 조형 언어로 탐구하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깊이 있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기획전은 일상의 지각적 경험을 넘어 60년대 이후 한국의 시공에서 전개된 원로작가들 4인의 시선이 빛과 자연으로 작품에 투영된 시간, 공간, 기억에 관한 감각적인 성찰의 깊이를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탐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박항률, 기다림. 2024, Acrylic on Canvas, 45.5×37.9cm
박항률 Park Hang Ryul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개인전 29회
서울, 부산, 후쿠오카, 뉴욕, 볼티모어, 캐나다-런던
단체전 300여회
제19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제8회 인디아 트리엔날레가나아트 40주년 동행전'네모난 사과'전 등 그룹전 다수.
저서 시집
'비공간의 삶', '그리울 때 너를 그린다', '오후의 명상', '그림의 그림자', '별들의 놀이터'등 그룹전 다수.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 외교부 문화외교 자문위원 역임
신문용, 각, 100×70 cm , oil on canvas ,2024
신문용 Sin Mun Yong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개인전 50회
아시아 현대미술전, 벨기에 국제 현대미술제
광주비엔나래, 인도트리엔나래국립현대미술관 이달의 작가진경. 그 새로운 제안전 (국립현대미술관)
KIAF, SOAF, KCAF, 아트부산,
한국현대미술 단면전
현대미술의 시선전
Freedom22 (멕시코)등 그룹전 다수.
정재규, 빛 (n°2), 사진 (1977 제작)아크릴, 절단 기법, 33x43cm, 2017
정재규 Chong Jae Kyoo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도불, 현재 프랑스 거주
주요 개인전
2020 대구미술관, 대구
2019 프리외레 드 퐁-루, 모레-쉬르-루앙, 프랑스
2018 가나아트센터, 서울
비아티 어큐펑쳐 웰니스 클리닉(알 재단), 뉴욕
2016 한국문화원, 파리, 프랑스
2015 에스파스 이꺄르, 이씨-레-물리노, 프랑스
2012 쿠하우스 갤러리 (알 재단), 뉴욕등 다수
그룹전
2024 -아치협회전, 프랑스 카드 미술관, 이씨-레-물리노, 프랑스
2023 -바닥 벽 시간/얽힘 (정재규 기획), 에스파스 이꺄르, 이씨-레-물리노, 프랑스
2022 -아치협회전, 프랑스 카드 미술관, 이씨-레-물리노, 프랑스
2021 -소나무작가협회 30주년 기념전, 한국문화원, 파리, 프랑스
2020 -아치협회전, 프랑스 카드 미술관, 이씨-레-물리노, 프랑스
2019 -뉴욕의 산보자, 메기 페이턴 갤러리(알 재단), 뉴욕 등 다수
한만영,Reproduction of time-Water Scape Acrylic on canvas 117x90.7cm 2020
한만영 Han Man Yeong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7회
주요 단체전
에꼴드서울 (관훈미술관)
상 파울로 비엔날레 (상 파울로, 브라질)
한국 현대미술-70년댜의 조류 (타이페이,대만)
현대미술 40년의 얼굴 (호암갤러리)
한국 현대미술전 (북경,중국)
칸뉴 국제 회화제 (칸뉴, 프랑스)
한국 미술 ‘95 질량감’ (국립현대미술관)
동방으로부터의 제안 (솔레릭뮤지윤,스페인)
등 그룹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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