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갤러리 도스 기획
수렁 ‘Theta land’
2025. 02. 26 (수) ~ 2025. 03. 04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수렁 ‘Theta land’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2. 26 (수) ~ 2025. 03. 04 (화)
2. 전시 서문
역설적 의의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높은 수준의 지능을 탑재한 인간은 감정과 의식을 고차원으로 사고할 수 있다. 그중 자의식이란 모든 생명체에서 인간만이 깨달을 수 있는 자아의 인지로써 외적 조건이 아닌 본질적인 측면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러한 체제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처지와 상황, 행동, 성격을 입체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삶에서 여러 사회적 관계에 얽히며 모든 이는 정신적·육체적으로 본인과 타인을 분별하고 익힌다. 자의식은 인간에게 있어 누구나 지닌 성질이며 가치관에 따라 인지의 범위가 달라진다. 즉 스스로를 안다는 것은 내가 누구이고 어떤 인격체인지와 같은 고유성을 갖추는 것으로 비롯되어 삶의 목적과 보람을 제공하는 반면 그 정의가 확고해질수록 자신을 더욱 가두게 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수렁 작가는 인간이 자체적으로 인지하는 의식에 초점을 두어 한계를 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서로 대립하는 특성을 예술적 세계관으로 재해석한다.
작품에서 설정된 초현실적 장소는 ‘세타랜드’라는 명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세타랜드는 기준과 표본을 따르는 본래 형태의 철학을 뒤로 한 채 자유로운 모습으로 구성된다. 다소 오싹하고 엽기적인 해체 구조를 띠는 인간, 그런 인간들의 비현실적인 표정, 만화에서 볼 법한 기이한 생명체들은 인간의 현실에서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대상이다. 그리스의 8번째 알파벳인 세타(θ)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은 각 화면에서 시각적 재미를 주는 장치이자 작가가 궁극적으로 비추려 하는 자의식의 양가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특히 세타는 한 가지 글자로 여러 형태를 유추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며 작고 동그란 곤충 또는 종교적 맥락으로 악마를 뜻하는 염소의 눈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동물성을 부각한 인체 내외부의 구성 요소들은 뼈, 살점, 피부, 근육 등으로 나누어지며 사람의 몸을 물질적으로 이루는 소재를 극적으로 다룬다. 강렬하고 원색적인 표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고하는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연결되어 보편적 개념에서 벗어난 신선한 차이를 만든다. 하나의 전체가 더불어 있는 육체를 다시 일부로 분해한 인간과, 인간이 아닌 대상을 감정적으로 의인화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입힌 두 가지 존재를 독자적 방식으로 적용하면서 물성의 서로 다른 특징을 전복시킨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왔던 경로를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고 보이지 않는 경계에 고립되어 있던 견해를 넓히는 것에 취지를 두어 자의식의 지나친 몰입을 방지한다. 그러나 자의식에서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그 굴레의 원초 지점으로 순환하는 과정 또한 받아들이며 모순된 원리 속에서 잠재된 가능성과 발전된 다원적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작품은 끊임없는 역설적 행위를 실천한 결과이다. 인식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자의식의 완전한 탈피가 불가한 모순을 공감각적으로 밀도 있게 풀어나가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점차 확장된 영역을 마주하도록 한다. 세타랜드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풍경은 열린 결말을 추구하며 다채로운 해석의 여지를 조명한다. 작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과 의식의 흐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스스로를 한층 자유로워진 단계로 내려놓으면서 그동안 닿지 못했던 세계에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나약함과 강인함, 구속과 자유가 함께하는 가상 공간에서 평소 느껴왔던 감각과 새롭게 전해져 오는 자극의 괴리를 알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도태되고 무뎌진 사상을 풍요롭게 만들며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세타랜드의 일원이 되어 역설적 본질에 깊이 다가가 보기를 바란다.
Long time no see
oil on canvas, 160×130cm, 2024
The hill of regret
oil on canvas, 60×72cm, 2024
Grilled fairy
oil on canvas, 53×41cm, 2024
Worm hole
oil on canvas, 63×91cm, 2025
Dice game
oil on cotton, 103×140cm, 2024
탈출시도 02
oil on cotton, 138×103cm, 2024
3. 작가 노트
Theta land
우리는 모두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자의식은 우리에게 정체성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제한하고 고통을 주는 철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가상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리스 알파벳 세타(θ)의 형상은 작고 연약한 벌레의 번데기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악마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염소의 눈을 닮아있다. 나는 이 양가적 이미지에 주목하여 이 공간을 '세타랜드'라 명명했다. 이는 연약함과 강력함, 속박과 자유가 공존하는 역설적 공간의 본질을 암시한다.
이 공간에는 두 종류의 존재들이 살고 있다. 인간 존재들은 그들의 신체가 해체되어 피, 내장, 뼈, 살과 같은 물질적 요소들로 드러나 있는 반면, 비인간 존재들은 오히려 감정을 드러내는 인격적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상반된 특성간의 교체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존재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세타랜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꿈을 기록하듯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물질과 의식,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일상적 의식 너머에 존재하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자의식이라는 번데기를 벗고,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비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4. 작가 약력
수렁│SOORUNG
email│csoojung2000@naver.com
instagram│@soorung_
학력
2025 국민대학교 회화과 석사 재학
2024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5 Theta land, 갤러리 도스
단체전
2023 향, 휘발된 ??,아르코 예비예술인 지원 사업
2021 존 존, 청년예술청 sa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