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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展 <달팽이는 빠진 뇌를 삭제한다>
2025.3.7-3.20
Opening Reception : 2025.03.07. / 17:00
당진문예의전당 전시관
3D애니메이션과 오브제 작업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선보이는 전영현 작가의 개인전 <달팽이는 빠진 뇌를 삭제한다>가 20일까지 당진문예의전당 전시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영현 작가는 당진문화재단이 지역 기반 청년 작가를 지원하고 미술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2025 아티스트 오브 당진–당진 차세대 작가전에 선정된 작가중 한명이다.
대구에서 태어난 전영현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했으며,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실험 영화와 비디오 아트를 공부하며 예술적 시야를 넓혔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인체의 불완전함과 변형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며 애니메이션과 오브제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전 작가는 비일상적이고 기묘한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는 생명체가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며 어릴 적 사슴벌레나 메미의 탈피 껍데기를 모으던 경험이 이러한 관심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그녀의 작품 속 인체는 일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낯설고 기묘한 형태로 변형되며 성장과 변화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영현 작가는 그동안 해왔던 3D애니메이션 연출과 사운드 효과 그리고 오브제를 활용해 현실과 비현실이 서로에게 전이하는 일종의 연극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전영현 작가는 “반복적인 노동과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점차 무뎌지는 감각 마치 뇌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에서 착안해 이번 전시회의 제목을 ‘달팽이는 빠진 뇌를 삭제한다’로 정했다”면서 “달팽이의 유려한 곡선이 뇌의 형태를 닮았다는 점에서 연결됐으며 일부러 문법의 틀을 비틀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①맞춤인간 ②강철인간 제조공정 ③깨어있는 잠 ④자라나는 피 ⑤도플갱어 ⑥잘못된 인공강우 ⑦지문의 두께 ⑧숨은 공정의 지배자까지 총 8개의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아내며 관람객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가운데 맞춤인간은 애니메이션과 입체 작업이 결합된 작품으로 주어진 환경에 맞춰 신체가 변형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의자, 책상, 침대 등 주변 사물의 형태에 맞춰 인체가 정확히 잘려나가는 장면을 통해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획일적인 틀 속에서 개성과 특성이 점차 사라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조형물은 스티로폼으로 제작됐으며, 의자의 형태에 맞춰 단절된 인체를 표현한다. 여기에 더해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변형 과정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며 작가가 독일 유학 시절 느꼈던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와 대비되는 한국 사회의 모습, 즉 개인이 사회적 기준에 맞춰 압축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포착했다.
강철인간 제조공정은 전 작가가 울산 레지던시에서 활동하던 시절 자동차 공장을 견학하며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반복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인간의 모습과 산업사회에서 부품처럼 사용되는 인간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작품 속 피규어들은 거푸집이 되거나 연료로 소비되며 공장의 체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부품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관절이 있음에도 움직일 수 없는 강철인간의 형상은 현대 산업사회의 비인간적 노동 환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영현 작가는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현실로 끌어내는 작업을 하며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더욱 현실감 있는 표현을 시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작업도 시도해보고 싶다”면서 “특정한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 관객들이 각자 느낀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며,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작품을 즐겨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