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개인전
꽃의 이름을 잊다
Forgetting the names of flowers
2025.01.24. ~ 02.26
아티스트 토크 02.07 16:00
주최 ‧ 주관
한국사진콘텐츠연구소,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 전시소개
2025년 1월 24일부터 2월 26일까지 한국사진콘텐츠연구소와 아트스페이스루모스에서 주최 주관하는 첫 번째 지역작가 시리즈 <꽃의 이름을 잊다 Forgetting the names of flowers> 최근희 개인전이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린다.
자연 속으로 돌아간 화분의 기억들을 통해 외로움과 강인함, 그리고 식물들의 생명력을 옅볼 수 있는 본 전시는 잊혀진 손길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이야기와 버려진 식물들, 생존과 외로움의 기록을 말하며 한때 사랑받던 존재들이 전하는 삶의 순환을 그려낸다.
원예용으로 선택받아 화분 속에서 자라던 이들은 이제 잡초라 불리며 야생 속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사랑받으며 정원의 화려함과 집안의 온기를 책임졌던 식물들이 어느새 잊히고 버려진 것이다.
이 버려진 식물들은 외로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길가, 폐허, 돌보지 않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지만, 한때의 사랑과 관심이 남긴 상처를 품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순응을 넘어선 절박한 몸부림이며, 그들의 생존은 삶의 기적과 슬픔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또 한때 소중했던 것들과 지나간 관계를 반추하며, 식물들의 모습을 통해 잊힌 것들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별은 꽃의 이름을 잊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사랑했던 순간의 향기가 사라진 후에도 그 흔적은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다.
이 전시는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 야생으로 흩어진 잡초와, 이별 후 남겨진 마음의 상처를 연결한 이야기이다. 과거 누군가의 정원에서 소중히 가꾸어졌으나, 더 이상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는 존재, 잡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공간에서 생명력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간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관계의 유한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는 우리가 잊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삶의 순환 속에서 존재 의미의 탐구이기도하다.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기억의 소멸과 생명력의 지속성, 그리고 잊히면서도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길 바란다.
■ 전시비평
죽음을 염두 하는 삶, 식물에서 찾은 삶의 태도
고충환(미술비평)
길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들풀들이 있다. 밟히는 줄도 모르고 밟히는 잡풀들이 있다. 있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들이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그 들풀들에, 잡풀들에 눈길이 갔다. 이름이 없지는 않을 것인데도 이름 없이 살아가는 들풀들이, 밟히는 줄도 모르고 밟히는 잡풀들이 꼭 저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저들만의 세상이 있을 것이지만 세상인심과 동떨어져서 살아가는 모습이, 존재가 저 자신의 모습을 닮았고 존재를 닮았다. 그래서 들풀들이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주기로 했고, 잡풀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찾아주기로 했다. 그러므로 그 기획은 잡풀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찾아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새삼 되새기는 기회도 될 것이었다. 들풀들에 기댄 것이지만, 잡풀들을 빌린 것이지만 이를 통해 정작 자기 자신을 묻는, 자기반성적인 작업이 될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서 미학적 가치가 열린다. 그렇게 비록 사사로운 일이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름 없는 들풀들에, 밟히는 줄도 모르고 밟히는 잡풀들에, 있는 줄도 모른 채 있는 것들에 한 번쯤 자기를 동일시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게 작가는 들풀들을 채집하고 잡풀들을 채집했다. 광대나물, 붉은토끼풀, 강아지풀, 고들빼기, 금강아지풀, 금불초, 꽃범의꼬리, 끈끈이대나물, 만수국아재비, 민바랭이, 서양민들레 등등. 몇몇을 빼고는 대개 이름마저 생소한 것들이지만,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들이지만, 빨간 밑줄이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름 그대로일 것이다.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의태적인, 그러므로 사람이 보거나 사는 꼴을 흉내 내 이름을 지은 것 같아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작가는 식물들을 채집했고, 하나하나 이름을 찾아주었다. 그렇게 채집하고 건조한, 표면을 커피로 염색한 오브제 그러므로 피사체를 반전시킨 사진을, 다크블루 바탕에 마치 엑스레이 필름을 통해서 보듯 네거티브 이미지로 인화 정착한 사진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보통의 아날로그 사진에서는 네거티브 형태의 필름을 확대기를 통해 포지티브 이미지로 반전 표현하는 것이지만, 작가는 디지털 파일 형태의 포지티브 이미지를 포토샵을 통해 네커티브 이미지로 반전시켜 표현한 것이 다르다. 디지털을 이용하지만, 아날로그의 느낌을 살렸다고 해야 할까.
최근 사진의 한 경향이지만, 이미지(화소) 중심의 사진이 결여하고 있는 질감과 물성을 빌려 회화적 분위기를 겨냥한 복고풍 스타일이라고 해도 좋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지털을 묻는, 그리고 과정에서 파생되는 역설을 다루고 있는 사진이라고 해도 좋다. 주지하다시피 사진은 초기에 회화적 사진으로부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무슨 화학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허다한 실험들이 있었고, 그 실험의 많은 부분이 진화의 이름 아래 잊혔고, 그렇게 잊힌 실험들이 첨단을 구가하는 디지털 시대에 다시 불려 나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디지털이 주는 삭막한 시대이기에, 온갖 생생한 이미지가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시대이기에 오히려 역으로 사진이 태생적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빛이 그린 그림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화학실험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적인 물성과 질감과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물질적인 이미지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수집하고 채집하고 분류하는 분더카머(Wunderkammer)의 추억이, 유년 시절 어린 식물학자의 추억이 그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런 시대 감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식물들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싸우지 않고 순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사는 방법을 죽음을 염두 하는 삶이라고 불렀다. 왜 염려하는 삶이 아니고, 염두 하는 삶이라고 했을까. 염려하는 삶과 염두 하는 삶은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죽음을 염두 하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 아마도 죽음을 염려하는 삶, 그러므로 삶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멀리하는 삶이 아니고, 죽음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삶, 죽음을 삶처럼 모시고 사는 삶을 의미할 것이다. 죽음 자체만 놓고 본다면 바니타스 그러므로 무상한 삶의 또 다른 한 버전일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블루에는 우울한 기질을 의미하는 문명사적 배경이 있다. 다크블루. 블루가 깊다. 우울이 깊다. 작가가 삶을 들여다보는 색깔일지도 모르고, 깊이인지도 모를 일이다.
■ 작업노트
한때 누군가의 손길 속에서 소중히 자라던 식물들이 있다. 정원의 화려함을 위해, 집안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선택된 그들은 언젠가부터 잊히고, 버려졌다. 처음엔 원예용으로 들여왔으나, 이제는 잡초라 불리며 야생으로 내몰린 식물들. 그리고 한때는 따뜻한 화분 속에서 자랐으나, 곁을 떠나 유기된 채 자연 속에서 새 삶을 이어가는 식물들.
버려진 그들의 모습에는 어딘가 쓸쓸한 흔적이 남아 있다. 길가에서, 폐허 속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해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외로움이 서려 있다. 한때는 사랑받고 가꾸어졌으나, 지금의 찢어진 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외로움이 남긴 상흔이다. 더 이상 손길을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생존을 선택하며 새로운 땅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홀로 꽃을 피운다. 그들의 생존은 강인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단지 순응이라기보다 비울 곳 없는 절박함이다.
한때 나의 일부였던 것들, 사랑만이 전부였던 시절이 시간이란 촉매로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삶은 한편으로는 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슬픔이다. 한때는 소중했던 것들, 지나쳐 버린 관계들.
잎사귀 하나하나 떨어뜨리며 봄을 기다린다.
2024.12.30. 최근희

개망초(White-top), 2023-2024
Digital inkjet print, 41.91x27.9cm

긴산꼬리풀(Long-leaf spike speedwell), 2024
Digital inkjet print, 41.91x27.9cm

애기망초(Parva), 2023-2024
Digital inkjet print, 41.91x27.9cm

나팔꽃(Lobedleaf pharbitis), 2024
Digital inkjet print, 34.9x27.9cm

미국자리공(Pigeo), 2024
Digital inkjet print, 63.5x50.8cm
■ 작가이력
최근희
주요 개인전
2022 13년의 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구
13년의 밤, 와이아트 갤러리. 서울
2021 현명玄明, 웃는얼굴아트센터(갤러리라온). 대구
2018 시선의 간극, 시오갤러리. 대구
2017 시선의 간극,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주요 단체전
2024 대구예술발전소 14기 입주작가 성과전, 파편화된 알고리즘,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24 My universe, 와이아트 갤러리. 서울
2024 대구사진비엔날레 신진작가 특별전, New stream,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3 메타버스 : 낯설게하기, 대구생활문화센터. 대구
2020 도시재생, 보이드갤러리. 대구
레지던시
2024 대구예술발전소, 대구문화예술진흥원
2019 대구아트웨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2015 1839 사진창작레지던시, 전남문화재단
선정
2022 개인전시지원사업, 대구문화예술진흥원
◎ Exhibition Period
2025. 01. 24 ~ 02. 26
◎ Open Hour
화요일 – 토요일
10:00 – 18:00
(설 연휴 휴관)
매주 월요일, 일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