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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검은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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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展 <검은 오류>
2025.2.7-2.27
당진문예의전당


'검은 오류'는 기존의 체계에 균열을 일으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질서를 각색하는 김영식의 제안이다. 그는 사물과 존재의 경계를 의심하고, 기능과 무용함의 의미를 묻는다.

특히, 플라스틱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하는 조각적 움직임은 사물과 존재, 기능과 비기능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치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과 동물, 사물은 특정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노동할 수 있는 몸은 생산적인 몸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는 가치 있는 기계이며, 유용한 도구는 살아남는다. 반면, '기능을 상실한' 몸은 쉽게 주변으로 밀려나고, 쓸모를 다한 사물은 버려진다. 이러한 구분은 사회적 시스템을 작동하게 하는 기본 원리처럼 보이지만, 김영식은 그 자체가 오래된 오류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디지털 데이터를 출력하는 3D 프린팅 기법에서 레이어를 쌓아 형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반복과 변주, 구조와 해체의 개념을 실험하며, 사물의 존재 조건을 탐색한다. 조각의 겉은 단단하지만 속이 비어 있고, 형상을 갖추었으나 균열을 내포하고 있다. 마치 기능을 잃어버린 몸이 또 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처럼, 그의 조각은 사물의 조건을 다시 구성하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김영식이 사용하는 프린팅 재료는 일반적인 합성 플라스틱과 다르게 유기질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자연에서 분해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을 사유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보통 조각 재료는 단단하고 영구적이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형식을 추구한다. 그러나 '검은 오류'는 오히려 소멸과 변화, 흐름의 개념에 더 가깝다. 형태는 견고해 보이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해체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특성은 그의 작품이 존재의 유한성과 순환성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년이 넘게 김영식이 겪고 있는 신체적 변화는 이번 전시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단서가 될 수 있다.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환경과 관계 맺고,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으며,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존재로 규정된다. 그러나 그 기능이 불완전해질 때, 우리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형태는 흐트러지고, 구조는 무너진다. 마치 신체가 환경과 맺는 관계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물과 존재의 경계도 다시 그려진다.


이번 전시에서 김영식은 사물과 신체, 존재의 조건을 검은 정육면체의 연속선에서 탐색한다. 검정은 모든 색이 합쳐진 과잉 상태이자, 모든 색이 사라진 결핍 상태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오류도 기존 체계의 결점을 드러내며, 우리가 믿어온 질서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보여준다. 그의 조각은 실패한 출력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미완성된 구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 기존 체계가 놓쳐온 가능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형식이다. 김영식의 공간에서 사물은 해체되고, 구조는 흐트러지며, 그 모두가 미완결로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의 조각은 오늘날 '당신'이 존재를 평가하는 방식 자체에 남기는 의문이다. 단단한 것과 유연한 것, 고정된 것과 변화하는 '안개' 속에서 관객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구획들 너머 검은 오류로 조용히 흔들리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흔들림 가운데 새로운 세계와 '당신'이 눈 마주치기를.

(최근 작업은) 일상적 사물과 존재를 정육면체라는 단일한 조형 요소를 사용해 재구성하며 안과 밖, 실재와 비실재, 기능과 형태의 경계를 허문다. 작품은 정육면체의 면을 선택적으로 연장하여 공간 드로잉 방식으로 형상을 만들어내며, 대상의 구체적인 물리적 특징보다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본질을 탐구한다. 익숙한 대상들이 지닌 본래의 성질과 기능을 해체하는 작업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통해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자는 사물과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며 자신이 가진 인식의 틀을 재검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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